하루 1시간, 육아일기(10)

2025년 8월 25일 오후 6시 4분 48초..

by 글레이즈

최근에 4개월이 되었다. 4개월 예방접종을 할 겸 2차 영유아 검진까지 당일에 같이 해버렸다. 2차 검진은 원래 생후 4~6개월 사이에 하는 검진이기 때문에 조금 늦게, 그러니까 한 6개월 딱 맞춰서 검진을 받으러 가기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이번에 병원 같이 따라가는 게 나로서는 첫 동행이라 마음이 급해 검진도 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의사 선생님에게 이것도 물어보고 저것도 물어본다고 핸드폰에 메모를 10줄 정도 써갔는데 흥분한 나를 보더니 할 거 하고 대답해 주겠다며 기다리란다. 별 수 없이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띠며 아기의 양 허벅지 접종에 먹는 약 복용에 아주 짧은 신체 검진까지 기다리고, 그리고는 선생님의 검진 결과 설명까지 차분하게 들으려 애썼다.


이윽고 내 질문 공격이 시작되었다. 아기 머리 모양이 괜찮은 걸까요? 밤잠 잘 때 한 번씩은 꼭 깨서 새벽 수유를 시키고 있는데 언제 끊으면 될까요? 눈동자가 가끔 한쪽이 몰려있는 것 같은데요? 집에서 몇 날 며칠 꼼꼼히 살펴보면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 간 내 궁금증은 사실 메모 10줄로 될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찰나 같은 진료 시간 안에 가장 확실하게, 애매한 부분을 보다 효과적으로 답변을 들을 만한 질문들로만 나름 엄선해 간 거였다.


하지만 몇 십 년 경력의 의사 선생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귀여운(예쁘게 표현했다. 속된 말로는 가소로운.. 이 있다)듯이 별 거 아니라는 듯 내 질문 하나하나에 '그럴 수 있다', '천천히 지켜봐라' 등 가벼운 대답뿐이었다.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자식이 별 탈 없이 잘 크고 있다는 말에 불만을 가질 부모는 없겠지. 나 역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쌈박하게 의자에서 일어나 나왔다.


소아과에는 아침부터 서두른다고 열심히 갔지만 1등으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은 것도 무색하게 내 뒤에 온 두 세 팀이 먼저 이름이 불려 들어갔다. 남편은 처음에는 '예약이 안 되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예약을 한 건가?'하고 중얼거리더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아마 그 팀들은 금방 끝내는 진료들이라 우리보다 아마 빨리 부른 것 같다. 우리는 예방접종에 검진까지 하지 않았냐'는 결론을 내렸다. 어찌 됐건 그렇게까지 대기 시간이 오래 소요되지는 않았는데 남편 입장에서는 이 더운 날 조금이라도 빨리 진료를 끝내고 덜 더운 시간에 집으로 아기를 데려가고 싶었나 보다.


우리 아기는 소아과 들어가서도, 그리고 진료실에 들어가서도 여기저기 너무나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신나게 구경하다가 양다리에 주사를 한 방씩 맞자마자 극대노하며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좀처럼 울음이 그치지 않아 이후 검진 결과 설명을 듣거나 준비해 간 질문을 하는 것은 다 내 몫이었지만 그래도 쪽쪽이를 준비해 가서 그나마 나중에라도 진정을 시킬 수 있었다. 역시 쪽쪽이 발명가는 천재임이 확실한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건 아기 손님을 이렇게나 만족시킬 수 있다니 희대의 발명가인 게 분명하다(나중에 쪽쪽이 어떻게 떼지..).


영유아 검진에서는 보통 체중과 키, 머리 둘레를 가지고 또래 아기들 100명 중 몇 번째 순위인지 알려주며 부모를 안심시킨다. 나는 그 셋 중 키에 대한 순위가 마음에 들었다. 안 그래도 키가 큰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20등 안에 들다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오히려 5등 안에 든다고 했으면 걱정했을 것 같다. 어느 집단에서나 너무 잘나거나 너무 못나면 걱정이 되는 법이고 중간을 유지하는 게 마음이 편한 법이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중간에서 상위권인 것이다. 학창 시절에 중간에서 상위권에 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나였기에 아기가 신체 발달지수라도 그렇게 든다고 하니 여간 기분이 좋을 수밖에.


나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스스로에게 한 다짐 중에 세간의 정보에 너무 현혹되지 않고, 타인의 아기와 너무 비교하지 않으며, 우리 아기에게 대부분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자는 게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못 지키고 있는 게 있다.


사실 나는 아기 발달상황에 대해 굉장히 집착하면서 아기를 키우는 중이다. 키나 체중에서부터 뒤집기를 언제 하는지, 그럼 또 되집기는 언제 할지(뒤집기는 했고, 되집기는 요즘 50% 완성도로 하고 있다) 물론 내가 막 부자연스럽게 시키고 그런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상황을 만드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언어 자극 발달에도 도움이 될까 싶어 옆에서 남편이랑 더 자주 떠들려고 하고(싸우는 것도 안 하고 싶지만 잘 안 됐다), 그리고 노래 책도 열심히 불러주며 보여주며 원맨쇼를 펼치고 있다. 일부러 모든 행동과 상황을 맞닥뜨리기 전에 아기에게 하나하나 단어나 상황을 설명해 주면서 하려고 하고 있는데 알아듣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러다 갑자기 "엄마! 맘마 줘!" 하고 외친다면 놀라 자빠질지도 모른다.


요즘의 나는 마음은 이만큼인데 몸과 체력이 그만큼까지 잘 못 따라가는 것 같다. 다른 부모도 비슷할까 자꾸만 자책하고 비교(SNS를 끊어야 하는데)하게 되지만 그래도 잘 웃어주는 아기를 보면 다시 또 움직일 힘이 난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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