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육아일기(31)

2025년 11월 17일 오후 10시 59분 47초..

by 글레이즈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고민들이,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자 고민이 아니게 되고,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 새롭게 고민으로 탈바꿈했다. 시판 이유식을 사서 먹이면서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알레르기 정도겠지 했는데 이게 웬걸 스케줄을 내가 계속 조정해야 한다. 정기배송으로 안 하고 내 멋대로 이유식 스케줄(초기, 중기, 후기) 시작일을 다르게 하려니 계속해서 스케줄 조정이 필요하다. 조금 짜증 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선방하는 중이다. 시작한 지 2개월이 된 것 같은데 아직 폐기가 1팩만 나왔기 때문이다. 배송 올 때마다 이유식 용기에 절반씩 옮겨 담고, 전날에 냉동 한우 큐브를 잊지 않고 넣는 건 이제 아주 쉬운 일이 됐다. 문제는 아기가 너무 잘 먹고, 먹고 나서 더 달라고 아우성을 매번 쳐서 용량을 얼마까지 줘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거다. 물론 내 생각대로 아직은 한 번에 70ml씩 하루 1번만 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 막 내년 1월 말까지 배송 스케줄을 꽉 채워서 식단매니저 탭에서 입력을 하고 나니 벌써 내일부터는 하루 2번씩, 다음 달부터는 하루 3번씩 이유식을 먹게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직 너무 아기인데 죽을 하루 3번씩 먹다니 놀랄 노자다. 하긴 이제 배밀이도 잘하고 기어가는 것도 워낙 트월킹(?) 자세를 열심히 연습해서 곧 기어갈 태세인데 먹는 거라도 발전이 없겠냐마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사뭇 감회가 새로운 것이다. SNS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홈메이드 쌀가루 간식 만드는 영상이 줄기차게 뜬다. 볼 때마다 저장을 해놓고 있지만 아직 무서워서(?) 떡뻥만 주는 중이다. 그나마 더 주는 게 과일 정도.


떡뻥은 또 왜 그리 비싼지. 유기농이라 비싸다고는 하지만 이건 뭐 한 봉 다 먹는 날이 오게 되면 벌벌 떨며 줄 것 같다. 뻥튀기를 해주는 곳에 유기농 쌀이나 잡곡을 들고 가서 사카린 없이 튀겨달라고 해서 줘도 된다는 말이 있길래 급히 우리 동네 뻥튀기 가능한 곳을 물색했지만 아쉽게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근처 시장에 존재하던 뻥튀기 아저씨가 이제는 없다는 슬픈 소식이다. 집에서 떡국떡을 바짝 말린 뒤 에어 프라이기에 넣고 튀겨서 아기를 줘도 된다고 하는데 어느 세월에 아기 먹성만큼 양껏 튀겨낼지 알 수 없어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나중에 시도해 보긴 할 생각이다.


이제는 슬슬 낮에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시기가 와서 전에는 곧잘 잠을 자던 아기가 1시간씩, 1시간 반씩 더 버티다 겨우 잠든다. 잠이 안 와서 버티는 게 아니라 눈가와 눈썹께 가 빨개지고 계속 스스로 눈을 비벼대면서도 자꾸만 더 놀자고 몸을 부딪쳐오고 보챈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같이 어울려 놀아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악-악-"하고 소리 지르다가 고개를 이불에 파묻고 금세 잠이 들어버린다. 그렇게 잠들어버리는 날에는 2시간 이상도 낮잠을 너끈히 잔다. 수유텀을 4시간 고정으로 하고 싶지만 어떤 날에는 3시간 3~40분쯤 줄 때가 있고, 저렇게 잠이 들어버릴 때는 5시간 가까이 텀이 늘어나 버리기도 한다.


저렇게 열심히 먹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자고, (열심히 싸고) 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열심히 산다는 생각이 든다. 저 조그만 몸으로 저렇게 열심히 세상에 적응하려고 살아내는 모습을 보면 약간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그리고 내가 그런 나날을 지내는 데에 같이 옆에 있어주는 첫 번째 어른이란 게 조금은 자신이 없어진다.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내가 과연 도움이 될까? 당연히 도움을 주기는 하겠지만 그게 아기에게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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