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육아일기(1)

2025.7.21.(월) 오후 3시 57분 3초..

by 글레이즈

'어린아이가 누워서 팔다리를 춤추듯이 자꾸 귀엽게 움직이는 모양'. 마치 우리 짱구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듯한 뜻풀이를 보고, 보자마자 바로 머릿속에 각인된 '당싯당싯'이라는 우리말이다. 아기의 사랑스러운 몸짓을 보며 그동안은 나 스스로, 혹은 상대방에게 말할 때마다 '버둥대는 모습'이라고 표현했었는데 저리 예쁜 뜻의 단어가 있었다니 우리 아기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는 아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 요긴하게 쓰려고 한다.


난 이렇게 육아를 시작하면서 자꾸만 아기에게 미안한 일만 하게 되고, 하는 것 같고, 또 자꾸만 아기에게 사과를 한다. "내가 미안하다.. 엄마가 미안해.. 잘 몰랐어.."의 24시간 반복. 언어 및 정서발달을 위해 좋은 말, 예쁜 말만 들려주려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왜 이리 자꾸 미안할 일을 하게 되는지 모를 일이다. 혹자는 내가 첫 아기 육아라 그렇다고 할 것 같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에게 그렇게까지 생각하며 육아할 필요는 없다고도 할 것 같다.


하지만 다 알면서도(그러니까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서도)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사과를 하고 있다. 이런, 오늘도 나는 누적 96번의 사과를 했다. 그러니까 하루 중 내뱉은 모든 사과를 하루당 1번으로 친다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기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사과를 할 때 옆에서 으레 남편이 밉상스레 한마디 거들면 그건 또 참지 못하고 대꾸를 하긴 한다. "그러게 미안할 짓을 왜 해?" 하면 나는 그 말에 맞춰 "너나 잘해" 등의 맞장구를 치는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기를 위한 일을 했고, 하고 있고, 할 예정이지만 계속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기만 하다. 아마 이렇게 인연이 되어 우리에게 찾아온 우리 아기와의 하루하루는 계속 펼쳐질 텐데 이 누적되는 사과의 개수는 아기와 앞으로 살아갈 날만큼 계속될 것만 같다. 나중에 아기가 말을 배우고, 사회를 알고, 부모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가 오게 되면 그때에야 내가 이렇게 누적하는 사과를 아기가 좀 이자를 쳐서 갚아줄지(그러니까 아기도 크면서 나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오겠지? 진심으로든, 건성으로든) 누가 알까? 그때까지는 마치 30년, 40년을 집을 저당 잡혀 은행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내 처지로 사과까지 빚을 진다고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이 아기는 그러면서 나에게 환하게 웃어주고, 힘차게 일어서고, "엄마"하고 우렁차게 날 불러주면서 나에게 종종 기쁨을 선사해 주겠지. 그리고 그것도 사과와 같이 내 인생에 짱구라는 이름표를 붙인 채로 기분 좋은 예적금으로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앞에 구구절절 설명한 것과 같이 이런 기쁜 예적금 역시 오늘까지 해서 누적 96번의 입금이 되었다. 이 것 역시 나중에 아기가 말을 배우고, 사회를 알고, 부모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가 왔을 때 나를 힘들게, 혹은 슬프게 만들었을 때 그것에 대한 빚갚음을 이자 갚듯이 갚아줄지 누가 알까? 그때까지는 마치 30년, 40년을 집을 저당 잡혀 나나 남편보다 은행의 지분이 처음에는 더 많은 우리 (자가)집이었지만 어느 순간 지분의 분량이 우리 쪽으로 몰리는 시기가 분명 올 것처럼 이 것 또한 그렇게 되겠지. 벌써부터 그날이 기다려진다.


뜬금없지만 8월 10일에는 아기 백일상을 차려서 제대로 차려 입히고 사진을 남기기로 한 날이다. 사실 아기 100일은 곧 다가오지만 인터넷상 아기 성장 발달과 관련하여 아직 그 시기에는 억지로 앉혀놓으면 척추와 허리에 좋지 않다던가 아직 아기가 머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던가 여러 가지 걱정들이 생기는 시기이기 때문에 딱 100일에 맞춰서 백일상을 차린다고 결정하기란 첫 아기를 육아 중인 나로서는 꽤나 부담이 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디데이 달력을 가지고 있으니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예쁜 옷을 입혀서 100일 당일에 달력과 함께 사진을 찍긴 하겠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백일상은 조금 나중으로 미뤘다. 그래도 너무 늦게 상을 차리면 '백일'의 의미가 심히 퇴색될까 싶어 나름 고심한 게 그날이었다. 왠지 여름의 한복판(극성수기)에 백일인 아기인지라 여름의 마지막 절기들을 넘기지 않은 채로 백일상을 차려주는 게 좋겠다 싶어 고민을 한 끝에 말복 다음날이 마침 일요일이어서 그날로 택했다. 그조차 남편은 조금 더, 한 일주일은 더 있다가 차리면 안 되겠냐고 했지만, 그래서는 '처서' 절기가 다가와버리고, 게다가 공휴일인 광복절이 겹치는 때라 영 아닌 것 같아 내 고집을 밀어붙여 정하게 된 날짜였다.


부연 설명이 길었지만 인터넷에는 왜 그리 예쁜 백일상들이 많은지 나는 이번에 백일상을 어떤 방법으로 차릴지 고민이 무척 많았다. 마음에 든다 싶으면 이것저것 추가요금이 들어서 거의 9만 원이 넘어버리고, 조금 저렴한 것 같다 싶으면 추가로 준비할 것이나 추가를 무조건 해야 돼서 결국 비싸져 버려 이건 뭐 사진 하나 예쁘게 남기겠다고 남들이 쓰다 만 물건들을 10만 원 가까이 주고 빌려 쓰는 판국이 되어버릴 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튜디오에 직접 아기를 데리고 가서도 찍을까 싶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10만 원 가까이 되어버려 별반 다를 것 없이 아기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 품이 더 들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 그리고 유명 체인 한정식집에서도 10인 이상 식사 결제 시 백일상이나 돌상을 무료로 차려주기로 한다고 하여 마음이 크게 동하기도 했었으나 그 식사의 가격이란 것이 인당 6만 원부터인 것을 보고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만 했을 뿐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결국 나는 인터넷과 SNS를 열심히 뒤져가며 나의 무수히 많은 검색과 관련된 알고리즘의 홍수에서 나름 잘 헤엄쳐가며 적정한 최종 가격(5만 원 후반대)의 백일상(한복+턱시도 무료 대여, 범보의자 추가금)을 찾게 되었다. 찾으면서 추가로 알게 된 사실은 백일상에 올라가는 세 가지 종류의 떡의 의미, 과일의 의미, 그 외 올라가는 물건들의 의미, 삼신상을 따로 차리기도 한다는 둥 너무나 많은 정보에 어느 순간 나는 일명 흐린 눈을 하고 진짜 쌈박하게 백일상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상은 쌈박하게 차릴지언정 나나 남편의 마음까지 쌈박한 건 아니니까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 않을까 하며 백일상 대여를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