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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n 27. 2024

10. 술이 사람을 마시다!

밤새도록 술 취한 사람들과 씨름했다. 술이 깨면 멀쩡한데 술만 들어가면 이성을 잃는 사람들, 자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했는지 기억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심력 소모가 상당하다. 나는 이성을 가지고 말을 하는데 상대는 이성이 없다 보니 자칫 잘못하다간 폭력을 당할 수도 있다. 우린 그런 이들을 달래고 달래서 집까지 안전하게 귀가시킨다.

나도 술을 좋아한다. 하지만, 마시다 보면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오거나 속이 좋지 않은 시점이 온다. 그때가 되면 술을 자제한다. 대부분 이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그들은 어느 순간 이성으로 술을 마시다가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말처럼 술에 녹아들어 간다. 그리곤 이성이 끊긴다.


유럽에서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술을 마시는 것을 정신병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생각해 보자. A와 B가 있는데 A는 술에 대한 자제력이 강하다. 하지만 B는 술만 마시면 이성을 잃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길에 쓰러져 잠을 잔다. B는 이성적으로 그것이 조절되지 않을까? 이런 이들을 만나면 대부분 자신이 중독이라서 조절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럼 조절할 수 있도록 치료를 받던지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 번씩 신고 출동을 갈 때마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한다. '사람마다 몸에 칩이 있어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술이 들어가면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게 뿜어내거나 삐삐 경고음이 울려서 술을 마실 수 없게 할 수는 없을까?' 또는 '누군가 주사 한방으로 술을 바로 깰 수 있게 만드는 주사를 만든다면 이건 노벨상 감이다.' 현장 출동해서 술 취한 사람에게 주사 한방 놓으면 맨 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밤새 술 취한 사람들과 푸닥거리를 하다 보니 진이 다 빠진다.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니다. 오히려 벽은 욕이라도 하지 않으니 나으려나. 하여튼 나도 술을 좋아하지만 이럴 땐 술이 싫어진다. 술을 마시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기분 좋게 마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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