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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n 28. 2024

11. 대신 아파 드립니다

딸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에 연애를 처음 시작했는데 실패했다.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힘들어하는데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어떤 위로도 들리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저 들어주고 괜찮냐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을 알지만, 그동안 조금이라도 덜 아파했으면 좋겠다.


우린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아픔을 겪는다. 아픔을 겪으며 단단해지기도 하고 힘듦에 지쳐 무너지기도 한다. 그래도 또다시 일어나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한 번 아팠다고 해서 다음번에 덜 아픈 것도 아니다. 아픔의 크기를 잴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아픈 것은 변함없다. 왜 우리는 이렇게 아파해야 할까? 아플 것을 알면서 왜 또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걸까? 아마 그 불길 속엔 달콤한 행복이 숨어 있어서가 아닐까? 날 가지려면 이리로 들어오라고 우릴 유혹하기 때문이 아닐까?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행복 뒤엔 아픔이 함께한다. 우린 그것을 알면서 굳이 그 과실을 맛보려 한다. 거부하기엔 너무 강한 유혹이기에. 딸아이도 자신이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결국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다. 우린 늘 생각해야 한다. 무언가를 누리기 위해선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대신 아파드립니다', '딱 2일만 아프고 마음이 돌아옵니다.' 이런 마음 아픔 대행서비스가 있다면 세상이 조금 더 살만해지려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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