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고등학생 시절 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 있다 보면 책을 읽거나 공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어서 무료한 시간을 때우는데 그만한 게 없었다. 물론 TV가 있긴 했지만, 재밌는 드라마는 주로 밤에 했다. 책은 추리, 판타지, 무협 소설 등 공상과 관련된 것들을 주로 읽었다. 책 속의 주인공과 동화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었다.
가끔 초능력이 생기는 상상을 했는데 그중 몇 가지를 꼽아 보자면 먼저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사춘기이다 보니 투명인간이 되어 여탕에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상상으로만 그쳐서 참 다행이다 싶다. 다음은 하늘을 나는 것이다. 당시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하늘을 날아다녔기에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하늘을 날면 괜히 사람들의 주목만 받고 귀찮아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순간이동 능력이다. 이게 가장 편할 것 같았다. 학교 갈 때 실컷 게으름 피우다가 순식간에 이동하면 되니 얼마나 좋은 능력인가. 그런데 문득 좌표 설정을 잘못해서 불구덩이로 이동하면 어쩌나 하는 엉뚱한 상상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상상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현실주의자가 되어 버린 걸까? 먹고사는 게 바빠서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 따위 하지 않는 걸까? 어른들은 상상하는 것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거 뭐 하러 쓸데없는 곳에 힘을 쓰나? 이런 의미일까?
그런데 어른이 되어 상상하는 것이 정말 쓸데없는 일일까? 나는 아직도 많은 상상을 한다. 물론 초능력을 갖는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다. 수 천명의 사람 앞에서 강의하는 상상, 베스트셀러를 써서 북토크를 하는 상상,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내는 상상들이 그것이다. 그럴 때마다 즐겁다. 또 한편으로는 상상으로만 끝내고 싶지 않다. 그런 상상들이 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아이들이 멍 때리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멍 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상상의 세계를 펼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상상은 그들이 나아갈 길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으니 맘껏 상상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