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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n 29. 2024

12. 나는 아직도 상상한다

중, 고등학생 시절 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 있다 보면 책을 읽거나 공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어서 무료한 시간을 때우는데 그만한 게 없었다. 물론 TV가 있긴 했지만, 재밌는 드라마는 주로 밤에 했다. 책은 추리, 판타지, 무협 소설 등 공상과 관련된 것들을 주로 읽었다. 책 속의 주인공과 동화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었다.


가끔 초능력이 생기는 상상을 했는데 그중 몇 가지를 꼽아 보자면 먼저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사춘기이다 보니 투명인간이 되어 여탕에 들어가는 상상을 했다. 상상으로만 그쳐서 참 다행이다 싶다. 다음은 하늘을 나는 것이다. 당시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하늘을 날아다녔기에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하늘을 날면 괜히 사람들의 주목만 받고 귀찮아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순간이동 능력이다. 이게 가장 편할 것 같았다. 학교 갈 때 실컷 게으름 피우다가 순식간에 이동하면 되니 얼마나 좋은 능력인가. 그런데 문득 좌표 설정을 잘못해서 불구덩이로 이동하면 어쩌나 하는 엉뚱한 상상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상상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현실주의자가 되어 버린 걸까? 먹고사는 게 바빠서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 따위 하지 않는 걸까? 어른들은 상상하는 것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거 뭐 하러 쓸데없는 곳에 힘을 쓰나? 이런 의미일까?


그런데 어른이 되어 상상하는 것이 정말 쓸데없는 일일까? 나는 아직도 많은 상상을 한다. 물론 초능력을 갖는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다. 수 천명의 사람 앞에서 강의하는 상상, 베스트셀러를 써서 북토크를 하는 상상,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내는 상상들이 그것이다. 그럴 때마다 즐겁다. 또 한편으로는 상상으로만 끝내고 싶지 않다. 그런 상상들이 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아이들이 멍 때리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멍 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상상의 세계를 펼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상상은 그들이 나아갈 길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으니 맘껏 상상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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