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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n 30. 2024

13. 유일하게 화가 나는 공간

나는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유독 화가 날 때가 있다. 바로 운전할 때다. 이상하게 운전할 때는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온다. 나 혼자만의 공간이어서 그런 걸까? 평소에는 참을 수 있는 것도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이상해진다. 느리게 가는 차를 봐도 화가 나고 이상하게 끼어드는 차, 앞차 때문에 신호에 걸리게 되었을 때 등 화나는 상황이 참 많다.

남자들이 유독 운전할 때 화를 잘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회사에서나 결혼 후 집에서 자신의 공간이 없어지는 남자들이 유일하게 자신의 공간이 되는 곳이 자동차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공간을 침범한다고 생각해 화가 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자동차는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좀 더 예민해져 있을 수도 있다. 뒤에서 빵빵 클락션을 울려대면 별것 아닌데도 울컥 화가 난다. 가끔 화내는 나 자신을 보면 '내가 왜 이러지?' 할 때도 있다. 이러다 성격이 나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한 적도 많다.


될 수 있으면 자제하려 노력하지만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건지 또 혼자 욕설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란다. 신기하게도 운전할 때 말곤 욕을 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개인 서재 같은 공간을 마련하면 화가 덜 나려나? 풀리지 않는 의문을 느끼며 오늘도 또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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