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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Sep 03. 2024

79. 인간은 참 피곤하다.

인간은 참 피곤한 존재인 것 같다. 눈을 뜨자마자 생각이란 놈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오고, 오늘에 대한 걱정을 한다. 아침부터 '밥을 먹을지 말지, 뭘 입을지' 등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선택을 하루에 적어도 50번 이상은 해야 한다. 인터넷을 보거나 sns를 확인하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른 이들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궁금한 것으로 끝이면 좋으련만 꼭 나의 처지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밖으로 나서는 순간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솔직히 그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지만 자꾸만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학교를 가던지, 출근을 하던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면 그때부턴 정신을 더 집중해야 한다. 무리에 어울리지 않으면 혼자가 될 것 같아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든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공부, 일에 빼앗겨 버린다. '그나마 나는 일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라며 스스로를 억지로 위안한다. 퇴근해서 쉬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회식이라도 있으면 업무의 연장선을 치러야 한다. 술을 마시면 그 순간은 기분이 좋아지지만 남은 시간이 힘들어진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술을 마시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심신이 지쳐버린다.


겨우 집에 들어오니 또다시 내일이 걱정되고 '오늘 하루 뭐 했나'하는 자책을 하기도 한다. 씻고 자야 하는데 피곤하고 귀찮다. 단지 하루일 뿐인데 생각해야 할 것도 많고 눈치 봐야 할 것도 너무 많다. 휴일이면 괜찮아지려나 생각해 보지만 그렇지도 않다. 제대로 쉬는 법을 몰라 여전히 생각의 노예가 되어 하루를 피곤하게 보낸다.


지금도 내 눈에 보이는 수많은 물건들이 나를 생각의 세계로 이끈다. 인간은 참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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