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처음 받아들이는 이들이 때로는 고수라고 불리는 이들을 능가할 때가 있다. 그들은 기존 지식이 없기 때문에 흰색 물감처럼 여러 가지 색깔들을 모두 받아들인다. 하지만, 나름 그 분야의 고수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지식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것이 그들의 발전을 막는다.
나는 그런 이들을 싫어했다. 강사 교육을 받으러 갈 때마다 자신을 드러내려 하는 이들을 많이 봐왔는데 이들은 막상 속을 까보면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그런 부류가 되어 있었다.
최근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생 중 반은 강의 경험이 없는 이들이었다. 과제가 주어졌고 그들은 정말 열심히 임했다. 나는 겉멋을 부리려 기존 가지고 있던 자료들에 책에서 본 것들을 몇 개 첨가했다. 발표 당일 보기 좋게 교수님에게 박살 났다. 발가벗겨 진채로 온몸을 구경당하는 기분을 느꼈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허영이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동안 받았던 교육들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 보니 그때도 내 잘난 맛에 교육을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앞으로는 모든 것을 새로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 한다. 기존의 지식을 버리고 겸손해야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알고 있으면서도 머리가 닫혀 내가 그런 줄 모르고 있었다.
사람은 스스로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교만을 멀리한다 생각했던 내가 교만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웠다. 다른 이들이 칭찬해 준다고 그것이 진짜 칭찬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을 낮추고 상황을 바라봐야 진짜 내 모습을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를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간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