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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Sep 04. 2024

80.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는 착각

무언가를 처음 받아들이는 이들이 때로는 고수라고 불리는 이들을 능가할 때가 있다. 그들은 기존 지식이 없기 때문에 흰색 물감처럼 여러 가지 색깔들을 모두 받아들인다. 하지만, 나름 그 분야의 고수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지식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것이 그들의 발전을 막는다.

나는 그런 이들을 싫어했다. 강사 교육을 받으러 갈 때마다 자신을 드러내려 하는 이들을 많이 봐왔는데 이들은 막상 속을 까보면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그런 부류가 되어 있었다.


최근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생 중 반은 강의 경험이 없는 이들이었다. 과제가 주어졌고 그들은 정말 열심히 임했다. 나는 겉멋을 부리려 기존 가지고 있던 자료들에 책에서 본 것들을 몇 개 첨가했다. 발표 당일 보기 좋게 교수님에게 박살 났다. 발가벗겨 진채로 온몸을 구경당하는 기분을 느꼈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허영이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지만 나 스스로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동안 받았던 교육들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 보니 그때도 내 잘난 맛에 교육을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었다. 앞으로는 모든 것을 새로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 한다. 기존의 지식을 버리고 겸손해야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알고 있으면서도 머리가 닫혀 내가 그런 줄 모르고 있었다.


사람은 스스로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교만을 멀리한다 생각했던 내가 교만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웠다. 다른 이들이 칭찬해 준다고 그것이 진짜 칭찬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을 낮추고 상황을 바라봐야 진짜 내 모습을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를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간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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