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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Sep 18. 2024

94. 낮과 밤이 다른 세상

추석 연휴는 유독 술에 취한 사람이 많다. 첫 신고부터 마지막까지 술에서 술로 끝났다. 경찰을 대하는 이들의 반응도 제각각 다르다. 어떤 이는 경찰이 왜 왔냐며 화부터 낸다. 자신이 뭘 잘못했느냐며 내 갈길 내가 알아서 가겠다며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갈 길 잘 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집으로 보내려 하지만 끝까지 버틴다. "짭새, 짜바리" 서비스는 기본으로 먹여주신다.


또 어떤 이는 3차선 도로의 3차로에 가로로 누워있어서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순찰차를 역주행하여 진행해 오는 차량들을 가로막는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다른 이는 자신의 주거지 앞에서 술에 취해 구토를 했고 그 위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경찰에 대한 적개심이 없었는지 순순히 자신의 이름과 집을 말해줘서 무사히 데려다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를 데려다주며 손과 옷에 묻은 구토의 흔적은 밤새 찝찝함을 남겼다.


마지막 이는 젊은 남성이었는데 길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깨우자마자 욕설을 날려주신다. 그러더니 혼자 가겠다며 한참을 걷는다. 또다시 잠들까 우려되어 따라가니 결국 집까지 태워달라고 한다. 집까지 가는 도중 또다시 욕설을 날려주신다.


욕하는 이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은 걸까? 아님 경찰에 대한 불만일까? 그들과는 처음 만나는데도 대뜸 욕설부터 날린다. 솔직히 그냥 놔두고 오고 싶을 때도 많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경찰 아니던가. 그럴 때마다 '술이 죄지 사람이 죄가 아니다'라는 맘으로 임무를 완수한다. 그래도 집에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나면 마음은 뿌듯하다.


그렇게 기나긴 야간이 지나가고 아침해가 뜰 때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술이 깬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고마워할까? 아님 깨어서도 욕을 해댈까? 조용한 낮 세상을 보면 시끄러운 밤 세상이 다른 세상 같이 느껴져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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