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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Sep 17. 2024

93. 어설픈 위로는 잠시 서랍속으로

누군가를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때는 내가 그 상황에 처했을 때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힘내"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야" 등 위로의 말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 상황이 되어보면 그 말뜻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마음이 아프면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몸이 아플 때도 마찬가지다. 아파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고통을 제대로 알 수 없다. 내가 아프고 나서야 '그때 그 사람이 정말 많이 아팠던 거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건너던 횡단보도도 다리에 깁스를 하게 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모든 상황은 내가 직접 겪어봐야 그 사람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의 마음이 나와 같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사람마다 상황과 아픔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되면 공감은 하되, 그들의 아픔을 섣불리 이해하려 하지 말자는 거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어설픈 위로의 말보단 행동에 더 위안을 얻는다. 마음이 아플 땐 '내가 니 옆에 있으니 걱정 마'라는 느낌만 줘도 의지가 된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몸이 아픈 이들도 마찬가지다. "괜찮아?"라는 말보다는 도움 되는 약이나 음식을 권하는 것이 좋다.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답하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어떤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공감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다. 그러니 어설픈 위로의 말은 잠시 넣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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