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경험을 팔아야 사는 시대

by 오박사

며칠 전,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는 글을 썼다. 수많은 카페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경험과 문화를 제공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요즘 들어 이 생각은 카페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최근 CGV, 롯데시네마 등 대형 극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때 영화관은 데이트 코스의 정석이었지만, 이제는 그 말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비싼 영화 관람료 앞에서 사람들은 차라리 개봉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집에서 영화를 본다. TV 화면은 이미 웬만한 영화관 스크린에 뒤지지 않을 만큼 커졌고, 치킨과 맥주를 곁들여 편안한 공간에서 영화를 즐기는 쪽이 더 경제적이고 분위기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제 영화관의 경쟁 상대는 옆 동네 극장이 아니다. OTT 플랫폼이 진짜 경쟁자다. 그렇다면 극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답은 하나다. 사람들이 굳이 극장에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상영’만으로는 그 이유를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극장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극장들은 체험과 경험을 결합한 멀티 복합 공간을 해법으로 찾고 있다. 이 흐름은 극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백화점 역시 더 이상 물건만 파는 공간이 아니다. 맛집과 전시, 체험형 공간을 앞세워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결국 사람을 끌어당겨야 하는 모든 업종은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는 왜 굳이 이 공간에 가야 하는가?”

이제 경쟁 상대는 같은 업종이 아니다. 다이소와 올리브영이 만남의 장소가 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안에 작은 힌트가 숨어 있다. 카페가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어야 하고, 치킨집이 치킨만 파는 공간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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