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결혼 제도에 관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땐 물 흐르듯 막힘없이 한참 말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복기하여 글로 쓰려니 도무지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분명 내가 했던 말인데 글로 쓰려니 정리가 되지 않았다. 말로는 쉬운 것도 글로 쓰려면 막히고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
말은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즉흥성을 가진다. 하지만, 글은 구조적이고 논리적인 흐름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연결이 되지 않으면 끊기게 된다. 또한 글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경우가 많아 좀 더 완벽하게 쓰기 위한 노력 때문에 쉽게 쓸 수 없다.
그리고 말은 내뱉으면 바로 사라져 버리지만, 글은 계속 남기 때문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말은 뇌의 언어 처리 영역이 빠르게 작동해 경험과 감정을 기반으로 문장을 형성하지만, 글은 기억, 사고, 언어구성 등 좀 더 복합적인 기능을 사용하기에 뇌의 회로가 복잡하게 얽힌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글 쓰기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말 잘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듯 써라'라고는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아마도 말이 논리적이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결국 말도 웅변, 토론 등 논리적으로 말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말할 때도 좀 더 생각하고 정리하는 훈련을 해봐야 할 듯하다. 그럼 글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