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공정해졌고, 스포츠는 차가워졌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야구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도 컸고, 야구장이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함께 즐기는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야구에서 심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트라이크·볼 판정, 세이프·아웃 판정 하나하나가 점수에 영향을 주고, 결국 팀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심판의 오심이 발생한다면 경기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심판과 감독, 선수 간의 충돌이 잦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AI 판독기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실제로 오심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허전함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야구는 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종목 중 하나라고들 말한다. 대부분의 구기 종목은 공이 골라인이나 골대 안으로 들어가야 점수가 난다. 축구, 농구, 배구 모두 그렇다. 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사람이 달리고, 도루하고, 태그당하고, 결국 사람이 홈으로 들어와야 점수가 난다. 그래서 야구는 ‘사람이 만드는 스포츠’라 불린다.
이 인간적인 요소의 중심에 심판이 있다. 심판의 판정 역시 인간적인 판단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오심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그런데 이제 그 역할을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배트를 휘두르는 동작마저 AI가 판독하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야구가 점점 인간적인 스포츠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변화는 야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축구 역시 비디오 판독 도입 이후 많은 장면을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스포츠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에서 정확성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맛이 사라지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때 디지털 세상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다시 찾았듯, 언젠가는 스포츠도 다시 인간적인 요소를 되찾는 날이 오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