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유명한 영화 속 대사다. 대가 없는 친절이 어느 순간 당연한 의무처럼 여겨지고, 심지어 적반하장의 태도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경찰에 입직한 지 3년도 되지 않았던 시절, 총각이었던 나는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아 다른 사람의 당직을 자주 대신 서주곤 했다. 처음엔 동료들이 고마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점차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러다 바빠서 한 번 거절했을 뿐인데, 오히려 화를 내는 황당한 상황까지 겪었다.
이런 일은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일어난다. 평소에는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다가도 도저히 힘든 상황에서 거절하면, 상대방이 되레 서운해하거나 짜증을 내곤 한다.
그런 반응은 선의를 베푸는 사람을 ‘원래 그런 사람’으로 고정해버린 데서 비롯된다. 처음에는 감사로 받아들이던 마음이 점차 ‘기대’로 바뀌고, 결국 타인의 친절과 희생을 ‘의무’로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호의를 권리로 여기기 시작하는 순간, 관계에는 금이 간다. 선의를 베풀던 사람은 지치고, 결국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진정한 관계는 선의를 감사로 받아들이고, 다시 또 다른 선의로 돌려주는 데서 유지된다. 선의는 베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하다. 감사 없는 기대는 결국 관계를 무너뜨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