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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책임지는 문화가 위기를 키운다

by 오박사

위기는 늘 우리 곁을 맴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잘 대응하면 수습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과 대책을 찾기보다는, 당장의 분노를 해소할 수 있는 책임자 처벌에 집중한다. 그 결과, '책임지는 문화'가 자리잡았고, 많은 사건이 책임자 징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끝났다고 해서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진정한 해결은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있다. 그러나 책임만을 묻는 문화는 오히려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책임을 회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을 소극적으로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작은 이상 징후나 균열이 보여도, 혹시라도 그 책임을 뒤집어쓸까 두려워 보고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큰 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단순히 누군가가 책임지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문화를 바꿔야 한다. 실수나 문제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꺼낼 수 있는 환경, 잘못을 공유해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개선이 가능하다.


이제는 몇 사람의 책임으로 끝나는 일이라기보다, 모두가 함께 직면하고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문제가 커질까 두려워 피하기보다는, 직시하고 대응하는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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