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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분노를 촉발하는 트리거

by 오박사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트리거가 있다.” 트리거란 어떤 감정이나 행동을 유발하는 ‘방아쇠’ 같은 것이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도 누군가 당기기만 하면 폭발하는 감정의 방아쇠가 하나쯤은 숨어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대체로 기쁨보다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인 경우가 많다. 최근 사회에는 이유 없는 폭력, 관계성 범죄처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사건들이 늘고 있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분노를 참지 못하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먼저 ‘분노’라는 감정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분노는 처음부터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

많은 경우, 분노는 오랫동안 눌러왔던 감정이 쌓이고 쌓여 터져버린 결과다. 표현하지 못하고 참고 억누르던 감정은 결국 안에서 부풀어 오르고,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된다.


그리고 분노는 거의 항상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생긴다. ‘무시당해서’, ‘괴롭힘을 당해서’, ‘사과를 받지 못해서’, ‘모욕을 당해서’ 등 분노의 배경을 살펴보면, 항상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삼키는 쪽이 폭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흔히 분노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만을 비난한다. 결과가 눈앞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흐름과 과정을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분노가 사회를 갉아먹고, 사람들은 점점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고,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누군가가 말이 없고 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괴롭힌다면, 언제 어디서 그 분노가 되돌아올지 알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강한 말이나 잔인한 처벌이 아니다. 사과와 용서, 배려와 격려 같은 공감의 언어들이야말로 분노로 들끓는 시대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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