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마지막이 사랑하는 이들 곁에서, 서로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며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지 못한 마지막을 맞는다. 병원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의식조차 없이 삶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에 따르면 인공호흡기는 환자의 자율적인 호흡과 기계의 공기압 사이에 충돌이 생기기 때문에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환자를 혼수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가족과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차가운 병상에서 삶을 끝맺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한 여성은 말기 암 판정을 받고, 병원이 아닌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방식으로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녀는 강력한 진통제를 처방받고 자녀들과 1년간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여행의 끝자락에서, 가족들의 따뜻한 눈길을 받으며 미소 속에 세상을 떠났다. 자녀들은 “그 1년이 정말 아름답고 소중했다”고 회상했다.
나의 어머니도 암 투병 끝에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음의 평화를 누리길 원하셨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결국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하셨다. 임종 당시 가족 모두가 곁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지만, 극심한 고통 속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여유조차 없었다.
가끔은 생각한다. 어머니 뜻대로 호스피스로 옮겼더라면, 어쩌면 덜 고통스러운 이별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마지막 순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고마웠다, 사랑했다”는 말을 나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언젠가 내가 죽을 병에 걸린다면, 병실의 하얀 벽에 갇히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남은 시간을 정리하며 살고 싶다. 고마웠던 사람, 미안했던 사람 모두에게 마음을 전하고, 가족들에게 짐을 남기지 않은 채 떠나고 싶다. 기계에 의존하며 인간성을 잃어가는 마지막이 아니라, 끝까지 ‘나’로서 인간답게 이 땅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