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大) 유튜브 시대다. 너도나도 카메라를 켜는 세상, 나 역시 '사이버범죄 예방'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었기에 유튜브라는 무대에 한 번쯤 서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었다.
시작은 장대했다. 스마트폰 영상 편집 어플인 '키네마스터' 활용법을 다룬 책부터 덜컥 구매했다. 하지만 호기롭게 책을 펼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수많은 고수들 사이에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속 두려움이 내 발목을 강하게 낚아챘다. 결국 그 책은 책장 한구석에서 1년 넘게 먼지만 뒤집어쓰는 신세가 되었다.
굳게 닫혀 있던 내 유튜브의 문이 열린 건, 역설적이게도 내 삶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였다. 1년쯤 지났을 무렵, 예상치 못한 계기로 마음의 병을 크게 앓았다.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을 어떻게든 끌어올려야만 했다.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그때 시선이 머문 곳이 바로 먼지 쌓인 그 편집 책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어플을 깔고 책에 적힌 대로 하나씩 영상을 자르고 붙여보았다. '어? 생각보다 할 만한데?' 막연했던 두려움이 걷히고 그 자리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짜릿한 희망이 차올랐다. 기세가 올랐을 때 몰아쳐야 했다. 조명, 마이크, 배경 천 등 방송국 뺨치는(?) 방구석 스튜디오 장비들을 홀린 듯 장바구니에 담았다. 장비가 하나둘 도착할수록 내 안의 용기도 쑥쑥 자라났다.
드디어 **<사이버범죄 파헤치기>**라는 채널을 개설했다. 책상 뒤로 새하얀 배경 천을 쫙 펼치고, 조명의 각도를 세심하게 맞췄다. 정장을 빼입고 왁스로 머리를 빗어 넘긴 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얼굴에 비비크림까지 찍어 발랐다. 휴대폰 렌즈와 연결된 핀 마이크를 옷깃에 꽂으며 스스로에게 부여한 부캐릭터는 '오박사'였다. 주변에서 박식하다며 붙여준 별명이었는데, 범죄 전문가 채널에는 이보다 더 찰떡일 수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사이버범죄 파헤치기 오박사입니다!" 힘찬 오프닝과 함께 첫 4분짜리 촬영이 순식간에 끝났다. 수백 번 넘게 강단에 섰던 내용이라 굳이 시나리오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 머릿속이 곧 완벽한 대본이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오만함이 얼마나 뼈아픈 실수였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20편쯤 만들고 나서야 대본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편집기를 돌려보니 카메라 앞의 나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버벅거리고, 불필요한 추임새를 남발하고 있었다. 다시 찍고 싶었지만 너무 귀찮았다. '에이, 첫술에 배부르랴. 이 정도면 훌륭하지!' 자기합리화와 함께 얼렁뚱땅 첫 영상을 업로드했다.
지인들을 반강제로 구독시키고, 네이버 밴드와 각종 카페를 돌며 낯뜨거운 셀프 홍보를 감행했다. 결과는 첫 영상 조회수 600회! 초보는 100뷰 넘기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던데, 이 정도면 대성공이었다.
성취감은 최고의 항우울제였다. 자존감이 수직 상승했고, 나는 주식 차트 들여다보듯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튜디오 어플을 켜서 조회수 그래프를 확인했다. 도파민에 취해 욕심이 생기자 일주일 만에 두 번째 영상을 쫓기듯 올렸다. 빨리 올리는 데 급급하다 보니 퀄리티는 점점 떨어졌다.
지금 와서 하는 고백이지만, 나는 영상이 10개가 넘게 쌓일 때까지 유튜브의 생명이라는 '썸네일'이 뭔지도 몰랐다. 남들이 만든 유튜브 튜토리얼을 보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조회수를 심폐 소생하기 위해 친한 형사 동료를 게스트로 섭외해 실제 수사 사례를 인터뷰 형식으로 찍어 올리기도 했다. 이 승부수가 통했는지 그 영상은 무려 6,000회라는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환희는 짧았다. 이후 조회수는 400회 언저리에서 맴돌며 더 이상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신종 사기 수법이 나올 때마다 재빠르게 영상을 찍어 올려야 하는데, 머릿속으로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46편의 영상을 끝으로, 오박사의 스튜디오는 긴 휴업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늘 유튜브에 대한 미련이 불씨처럼 남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다시 카메라의 전원을 켜기로 했다. 이번엔 방식이 다르다. 자만심을 버리고 철저히 시나리오부터 쓸 것이다. 한 달에 단 한 편을 올리더라도, 제대로 기획해서 사례를 생생하게 풀어낼 생각이다. 첫 번째 목표는 마의 6,000뷰를 깨는 것. 두 번째 목표는 단돈 1만 원이라도 좋으니 내 손으로 직접 유튜브 광고 수익을 창출해 보는 것이다.
무언가에 새롭게 도전한다는 건 항상 심장을 뛰게 한다. 시작하기 전에는 실패할까 봐, 귀찮아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막상 한 발을 내딛고 나면 늘 똑같은 탄식이 튀어나온다. "대체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이제야 다시 했지?"
내년 이맘때쯤, 나의 새로운 유튜브 도전기에 대한 두 번째 회고록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비록 원하던 조회수나 수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한 달에 한 편, 오박사가 꾸준히 카메라 앞에 앉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미 나 자신을 이긴, 성공한 유튜버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