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 배신보다 불신이 더 아프다

by 오박사

권력 다툼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배신이다. 서로를 경계하는 인물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긴장감은 화면 너머의 시청자마저 숨죽이게 만든다. 처음 그들은 같은 목적을 공유한다. 같은 적을 바라보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에 관계는 단단해 보인다. 그러나 권력이 커질수록, 그 단단함에는 서서히 금이 간다.


상대 세력은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작은 말 한마디, 사소한 오해 하나가 이간질이 되고, 불신이라는 작은 불씨는 점점 커져 결국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 결말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믿음이 깨지는 순간,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배신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의심하다가, 결국 자신이 먼저 상대를 제거하는 사람이다. 다른 하나는 끝까지 믿음을 유지하다가 배신을 당하고, 그 대가로 최후를 맞는 사람이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믿음을 유지하지 못한 사람은 불신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배신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상대를 향한 분노, 그리고 끝내 상대를 믿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까지. 그 모든 감정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결국 먼저 칼을 들지만, 그들의 표정은 결코 개운해 보이지 않는다. 선택 이후에도 남는 것은 안도감보다 후회와 또 다른 불신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믿음을 끝까지 지킨 사람은 의외로 굳건하다. 배신당하는 순간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분노보다 연민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네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진짜로 믿음이 강한 사람들은 상대를 원망하기보다 먼저 걱정한다. 그 상대가 짊어지게 될 죄책감과 후회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이런 말을 남긴다. “너는 잘못한 게 없다. 후회하지 마라.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


믿음과 배신은 특별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는 사업, 사랑, 우정 등 수많은 관계 속에서 이 둘을 반복해서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믿음이 사라진 관계는 어떻게 될까. 불신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힘들다.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의심하게 되면, 그 의심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를 시험하고, 몰아붙이고, 결국 상처 입힌다. 그렇게 관계는 서서히 무너지고, 마음도 함께 망가진다.


믿음은 상대가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이다. ‘배신당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기보다, 차라리 배신당하더라도 믿고 사는 편이 나에게는 더 이롭다. 어쩌면 배신이 먼저가 아니라, 나의 불신이 배신을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그냥 믿어보자. 만약 누군가 정말로 배신한다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그 선택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붙잡아 두는 것보다 보내주는 편이, 결국 나에게 더 이득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57.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