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 타인의 시선으로 소비하던 나에게

by 오박사

최신형 스마트폰의 할부가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기종이 나오면,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바꾸고 싶었던 적이 있다. 막상 손에 쥐고 나면 그 많은 기능 중 제대로 쓰는 것은 고작 몇 개뿐이었다. 그럼에도 또다시 신제품이 나오면 마음이 흔들렸다.


정말 그 기능이 탐났던 걸까. 아니다. 이유는 타인의 시선이었다. 유행하는 폰을 들고 있으면 마치 흐름을 앞서가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고, 비싼 폰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걸 은근히 드러내고 싶었다. 폰 하나 바뀐다고 내가 달라지는 것도, 삶이 화려해지는 것도 아닌데, 남들이 나를 다르게 볼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쓸모없는 소비를 반복했던 것이다.


이런 소비는 비단 스마트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집, 신발, 가방까지 소득에 비해 무리한 소비의 많은 이유는 결국 타인의 시선이다. 처음엔 뿌듯함이 잠시 따라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은 것은 갚아야 할 돈에 대한 부담과 또 다른 ‘더 좋은 것’에 대한 갈증이다.


그렇게 비교는 계속되고, 마음은 점점 더 초라해진다. 결국 남는 것은 경제적 빠듯함과 낮아진 자존감뿐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렇게 의식했던 타인은 정작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과 물건이 돌아다닌다. 그 모든 것을 일일이 주목할 만큼 사람들은 여유롭지 않다. 나를 가장 강하게 바라보고 평가하던 존재는, 결국 나 자신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을 내려놓고,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몸에 맞지 않는 고가의 옷 대신, 저렴하더라도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었더니 오히려 더 많은 칭찬이 돌아왔다. 그동안 나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붙잡느라 괜히 에너지를 소모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비로소 내 삶에 필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삶, 그리고 남이 가진 것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태도는 결국 나를 피폐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도 결코 만족하지 못한 채, 더 좋은 것을 좇다 지치게 될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 역시 처음에는 충분히 소중했던 것들이었을 것이다. 가지지 못한 것에 시선을 빼앗기기보다, 이미 가진 것에 마음을 쏟는다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타인의 시선은 더 이상 크게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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