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공장 자동화나 자율주행 차량처럼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온 기술들은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서늘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묘한 안도감을 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 차례는 아직 멀었어. 내가 퇴직할 때까지만 무사히 버티면 그만이야.” 다가올 변화의 해일 앞에서 튼튼한 방파제를 쌓기보다,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의 몫만 챙겨 떠나려는 ‘폭탄 돌리기’와 같은 태도입니다. 다음 세대가 떠안게 될 거대한 불안은 철저히 외면한 채 말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이기심과 무관심은 “차라리 사람보다 AI가 낫다”는 서글픈 여론에 불을 지핍니다. 사람들이 기계를 반기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완벽해서가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식어버리고, 그 자리에 피로감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불친절한 말투, 짜증 섞인 응대, 보이지 않는 감정의 날들 속에서 상처받느니, 차라리 차가운 금속판을 마주하는 편이 낫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거리마다 늘어나는 무인점포와 키오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건비 절감이라는 경제적 논리를 넘어, 그 이면에는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온전히 편안해지고 싶은 현대인들의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기계는 빨리 고르라고 재촉하지도, 추가 반찬을 요구한다고 귀찮은 내색을 하지도 않습니다. 감정이 거세된 기계의 무미건조함이 오히려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안전지대’이자 배려처럼 느껴지는 셈입니다.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깨닫게 되는 것은, 이대로 서로를 향한 존중과 소통의 온도를 잃어버린다면 AI가 우리의 빈자리를 채우는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진정 문제가 되는 것은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온기를 나누지 못한 삭막한 시간들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나는 무사할 거야”라는 안일한 방관자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강점은 무엇인지, 타인과 어떻게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의 자리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져도 결코 이상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도도하게 밀려오는 AI의 물결을 맨몸으로 막아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대체용 톱니바퀴가 아니라, 기계와 공존하며 올바른 방향을 이끄는 지휘자가 될 수는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깊은 논의나,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밖으로 나가 뛰어놀게 하려는 사회적 움직임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무리 완벽한 기술이 등장해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사람의 눈빛, 따뜻한 소통,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조용한 외침이자 희망의 신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