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 의심스러울 땐 갓길에 멈춰도 괜찮아

by 오종민

살다 보면 문득, 잘 가고 있던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 것처럼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질문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나,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이 짧은 의문이 마음속에 무거운 닻을 내리는 순간, 단단히 중심을 잡아야 할 내면의 나침반은 바늘을 잃고 쉴 새 없이 타인의 삶을 향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숲에는 정해진 단 하나의 정답 루트가 없으며, 사람마다 걷는 보폭도, 향해야 할 목적지도 다르다는 것을요.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세상이 그어놓은 획일화된 출발선과 타인의 시선이라는 좁은 틀 안에 나를 욱여넣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분명 나만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흙길이 있는데도, 남들이 매끄럽게 달리는 번듯한 포장도로가 더 좋아 보여 기어이 무리해서 차선을 변경하고 맙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토록 버겁고 숨이 찬 이유는, 내 발에 맞지 않는 남의 신발을 신고 낯선 길 위를 헤매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애초에 정답이 없는 인생의 도화지에 스스로 가혹한 ‘채점표’를 들이밀며 훌륭한 내 삶을 기어이 ‘오답’으로 전락시킨다는 점입니다. 타인이라는 거울에 나를 비추며 붉은 펜으로 가새표를 긋는 순간부터, 평온했던 삶은 복잡하게 얽힌 미로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부러운 눈으로 올려다보는 그들 역시, 보이지 않는 저마다의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고 있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들의 삶이 우리보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단지 자신이 걸어가야 할 방향을 우리보다 조금 일찍 발견해 묵묵히 걷고 있을 뿐입니다.


오랜 세월, 벼랑 끝에 선 듯 굴곡지고 막막한 수많은 분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며 제 가슴 깊이 새기게 된 분명한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무너지지 않고 하루하루를 묵묵히 버텨내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몹시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속에 갇힌 듯 숨이 막혀와도, 반드시 그 끝엔 빛이 새어 드는 출구가 있습니다. 당장 오늘 눈앞이 단단한 벽으로 가로막힌 듯 답답해도, 내일 아침이면 꽉 엉켜있던 실타래가 거짓말처럼 스르르 풀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상에 애초부터 ‘틀린 삶’이나 ‘실패한 궤적’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긴 우회로를 택해, 쏜살같이 달리는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찬찬히 눈에 담으며 걷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문득 의심스럽다면, 무리해서 속도를 내기보단 인생의 갓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깊은 숨을 쉬어 가도 괜찮습니다. 전혀 엉뚱한 길에 들어선 것 같다면 툭툭 털어내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면 그만이고, 남들보다 조금 멀리 돌아온 것 같다면 다시 나만의 목적지를 향해 기분 좋게 액셀을 밟으면 됩니다.


타인의 시선에 쫓기는 대신, 다시 내 가슴이 뛰는 방향을 향해 즐겁게 운전대를 쥐는 것. 그것이 진짜 내 삶의 주인이 되어 후회 없이 살아가는 가장 멋진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