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사이버범죄 파헤치기’라는 조그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균 조회수는 400회 남짓, 가장 저조했던 영상은 35회에 그쳤습니다. 남들이 비웃을지 모르는 초라한 숫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 작은 숫자 하나하나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성취이자 기적입니다.
사실, 마음속으로 '유튜브를 해야겠다'라고 결심한 뒤 첫 영상을 올리기까지 꼬박 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초반에는 열정이 넘쳤습니다.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두꺼운 유튜브 성공기 책도 사서 줄을 쳐가며 읽었습니다. 제 전문 분야인 사이버범죄 지식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그들이 제 영상을 보며 도움을 얻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당장이라도 대박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카메라 앞에는 서지 못했습니다. 머릿속에 수만 가지 걱정이 유령처럼 피어올랐기 때문입니다. ‘내가 영상 편집을 할 수 있을까?’, ‘조회수가 10회도 안 나오면 어떡하지?’, ‘촬영 장비 맞추려면 돈이 엄청 깨질 텐데?’ 해보고 싶은 열망은 컸지만, 불안감이 그보다 한 뼘 더 컸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바쁜 현직 경찰이 굳이 이런 것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하지 않아도 될 그럴싸한 변명들을 정성껏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까운 1년이 훌쩍 흘러가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제 자신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경찰 생활 23년, 그 험한 사건 현장도 다 뚫고 지나왔으면서 고작 영상 하나 찍는 게 두려워 피하고 있다니!' 이번에는 제 안의 나약한 핑계가 고개를 들기 전에, 무작정 행동부터 저질러버리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저렴한 마이크와 조명, 배경 천막을 충동구매하듯 결제해 버렸습니다. 스마트폰에는 '키네마스터'라는 편집 앱을 덜컥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또 바뀌기 전에, 방문을 닫아걸고 방구석에 앉아 곧바로 첫 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습니다.
렌즈 앞의 제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고, 말은 자꾸만 꼬였습니다. 하지만 일단 찍은 영상을 붙들고 태어나 처음으로 컷 편집이라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영상 하나가 뚝딱 완성되기까지 채 하루도 걸리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상상했던 것만큼 편집은 괴물같이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저 혼자 지레 겁을 먹고, 있지도 않은 거대한 벽을 만들어 숨어 있었던 겁니다.
조금은 투박하고 엉성했지만, 온전히 제 손으로 기획하고 촬영해 편집까지 마친 첫 영상을 보았을 때의 그 묘한 벅참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간 첫 영상이 조회수 400회를 넘겼을 때, 저는 숫자 그 자체보다 **'마침내 내가 해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일주일 뒤 저는 망설임 없이 두 번째 영상을 찍었고, 하면 할수록 '다음엔 이렇게 해봐야지' 하는 기분 좋은 욕심도 생겨났습니다.
만약 제가 1년 전처럼 여전히 ‘나는 안 될 거야’, ‘시간이 없어’라는 이유 뒤에 숨어 망설였다면, 저는 영영 유튜버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비단 유튜브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 삶을 가만히 복기해 보니,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이건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야’라며 지레짐작으로 포기하고 흘려보낸 기회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불안과 걱정'입니다. 설령 시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한다 한들, 우리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뼈아픈 실패를 통해 내게 무엇이 부족한지, 다음엔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아주 값진 오답 노트를 얻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저만치 앞서 달려가는 남들의 뒷모습을 보며 평생 부러워하고 한탄하는 관람객으로 남을 뿐입니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님이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임자, 해봤어?" 해보지도 않고 실패의 쓴맛부터 상상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직무 유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실패를 미리 가불해서 걱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넘어지면 좀 어떻습니까. 그 찰과상 속에는 반드시 성장의 흉터가 남을 테니까요.
이제 저는 새로운 도전을 마주할 때, 불안함보다는 기분 좋은 설렘을 먼저 느낍니다. 결과가 대성공이든, 시원한 실패이든, 그 과정에서 어제보다 단 1밀리미터라도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가슴 뛰게 합니다. 결국 우리 인생에서 진짜 남는 것은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두려움을 뚫고 **'기어코 한 번 해봤다'**는 그 펄떡이는 경험의 근육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