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대신 살아보기로 했다.

by 오종민

"선배님, 아니 어떻게 책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세요?"

자기계발서나 인문학 책을 읽고 나면, 저는 늘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부터 고민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맞겠다 싶으면 주저 없이 현실로 가져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며 누군가 신기하다는 듯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한 후배는 제게 이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머리로는 다 이해가 가는데, 막상 실행이 안 돼요." 그는 매사에 신중한 사람입니다. 철저히 검증되었거나 손실이 적은 안전한 길만 걷고자 하죠. 눈에 보이지 않는 실패의 리스크를 두려워하기에, 책 속의 좋은 문장도 그저 활자로만 남겨둡니다. 때로는 저의 과감한 시도를 부러워하면서도, 제가 실패라도 하는 날엔 '역시 섣불리 안 하길 잘했어'라며 자신의 선택을 위안 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리스크를 두려워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멈춰 있는 것을 더 두려워합니다. 일단 실행하면 실패하더라도 경험이 남고, 그 경험은 다음 시도의 허들을 낮춰줍니다. 한 번 내디딘 발걸음은 관성이 되어 저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 주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천해 왔을까요? 기획과 홍보 업무를 맡았을 때는 책에서 배운 '도전과 행동'의 원칙을 현장에 적용했습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기획들을 주저 없이 시도했고, 그것은 실제 조직 내에서 의미 있는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외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내면을 다스리는 데에도 책은 훌륭한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저는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스트레스와 감정의 동요를 겪습니다. 마음 챙김에 관한 책을 읽으며 분노와 원망을 비워내고 긍정과 만족을 채우는 법을 하나씩 따라 해보았습니다.


예컨대,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딱 10초만 입을 닫고 멈춰보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 저는 속으로 숫자를 세며 숨을 골랐습니다. 놀랍게도 그 찰나의 침묵이 파도처럼 출렁이던 분노를 잔잔하게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거창하지 않은 작은 실천이었지만, '지금 여기'의 내 마음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사람의 마음을 조절하고 새로운 행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가던 길을 가고 먹던 것을 먹어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뇌에게는 또 다른 재미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단 한 번 에너지를 써서 시도하고 나면, '이왕 에너지를 쓴 김에 잘해보자'라며 그 행동을 지지하는 쪽으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행동심리학에서는 ‘노력 정당화’ 혹은 ‘일관성의 원리’라고 설명합니다. 즉, 시작만 하면 뇌가 도와줍니다.


그렇기에 모든 변화의 시작은 '일단 해보는 시도'이며, 그 시도를 이끄는 핵심은 저자의 말에 대한 '온전한 믿음'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훈이라도 "이게 정말 될까?"라는 의심을 품는 순간, 우리 뇌는 안 되는 이유 수십 가지를 먼저 찾아냅니다.


책은 익숙한 관성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가장 훌륭한 도구입니다. 저는 책을 통해 제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왔고, 지금도 여전히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앞서 걸어간 이들의 지혜를 빌립니다.


혹시 요즘 읽은 책 중,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습니까? 그 문장을 오늘 하나만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완벽하게 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10초 멈추기, 한 번 더 웃기, 먼저 인사하기, 새로운 방식 시도하기. 변화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실행에서 시작됩니다. 책 속의 지혜를 온전히 믿고 내 삶에 실험해 보세요.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내 삶으로 살아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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