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섭니다. ‘아침에 10분만 더 잘까, 지금 일어날까?’, ‘출근길에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어지는 선택 속에서, 우리는 만족과 후회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경험할까요? 안타깝게도 후회 쪽으로 기울 때가 훨씬 많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내린 선택에 큰 기대를 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길에 들어서면 기대했던 장점보다는 숨겨져 있던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이상은 깨지고 현실이 피부에 닿는 순간,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에 사로잡힙니다. 점심에 자장면을 고르고 나서도, 옆 테이블의 얼큰한 짬뽕 국물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는 그 작은 미련 하나로 오늘의 점심 메뉴 선택을 ‘실패’로 규정하고 스스로를 괴롭히곤 합니다.
단지 한 끼 식사마저 이럴진대, 인생을 뒤흔드는 중요한 선택 앞에서는 어떨까요? 저 역시 오랜 시간 제 선택을 의심하고 자책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내가 만약 경찰관이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칠흑 같은 밤,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가며 야간 순찰을 돌 때였습니다. 파출소 문을 박차고 들어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쏟아내는 주취자들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고 나면, 제복에 밴 시큼한 술 냄새만큼이나 깊은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제가 꿈꾸었던 또 다른 길, ‘영업직’을 떠올렸습니다. ‘차라리 내 능력만큼 인정받는 영업을 했더라면 이렇게 몸과 마음이 곯아가진 않았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영업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한들 후회가 없었을까요? 아마 매달 옥죄어오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며 “그때 안정적인 경찰 시험을 쳤어야 했는데”라며 땅을 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이란 참 간사하게도, 자신이 가진 것의 가치보다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을 더 크게 부풀리는 법이니까요.
후회는 철저히 과거를 향해 있는 감정입니다. “그때 그 길을 갔더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가정법에 갇혀 과거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동안, 우리의 현재는 속절없이 흘러가 버립니다. 더 큰 문제는 과거에 매몰된 시야로는 눈앞에 다가온 미래의 기회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후회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화살은 자신에게로 향합니다. 후회는 자책을 낳고, 자책은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찍으며 걷잡을 수 없는 부정의 늪으로 우리를 끌어내립니다.
그렇다고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후회가 마냥 나쁜 감정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후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음 선택의 훌륭한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L사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새로운 ‘마라맛 버거’가 출시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평소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저는 호기심에 이끌려 주저 없이 그 버거를 주문했습니다. 기대감에 부풀어 크게 한 입 베어 문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습니다. 제 입맛에는 영 맞지 않았거든요. ‘아, 오늘 점심은 망쳤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잠시 상했던 기분은 이내 홀가분해졌습니다. ‘좋아, 적어도 이 버거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확실한 데이터를 얻었어. 다음엔 절대 시키지 않으면 돼.’ 한 끼 식사를 잘못 선택했다는 가벼운 후회를, ‘다음 선택지를 현명하게 좁혔다’는 작은 성취감으로 돌려세운 것입니다.
저는 제가 한 선택을 오래 후회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미 돌릴 수 없는 일이라면, 이왕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 낫다고 믿습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잘못을 바로잡거나 다음 선택을 준비하는 데 힘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 또한 하나의 선택이고, 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선택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택은 숨겨진 ‘정답’을 찾아내는 객관식 시험이 아닙니다. 자신이 내린 결단에 기꺼이 ‘책임’을 지겠다는 서술형 다짐에 가깝습니다. 또한, 선택은 불확실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는 일이 아니라, 선택 직후부터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내린 그 어떤 선택도 결코 틀리거나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믿는 위축된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혹시 지금, 과거의 어느 선택을 두고 깊은 후회의 밤을 지새우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이제 관점을 조금 바꿔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날의 선택이 여러분을 실패자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나간 선택을 붙잡고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시간이 여러분을 힘들게 할 뿐입니다. 여러분의 내일을 만드는 것은 과거의 낡은 선택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이 취하는 단단한 태도입니다.
중요한 것은 **‘과연 그 선택이 옳았는가’**가 아니라, **‘그래서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입니다. 선택은 과거의 사건에 불과하지만, 태도는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여는 강력한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