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이들의 잣대로 '나'를 괴롭히는 일을 멈췄다

by 오종민

주기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자기계발 열풍이 불어닥칩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매대를 장식하고,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새벽 모임으로 향하죠. 하지만 묘하게도 그 뜨거운 열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도대체 왜 그런 현상이 반복되는 걸까요?


30대 중반, 저 역시 그 열병을 호되게 앓았습니다. 베스트셀러라는 자기계발서는 닥치는 대로 사서 읽어 치웠습니다. 책 속 유명인들의 화려한 성공담을 읽을 때면 마치 저도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흥분과 설렘에 휩싸였죠. 그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비번 날이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새벽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숨결이라도 느끼고 싶어 참석했던 자기계발 모임, 당시 제 마음속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불같은 열정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그 달콤한 설렘이 차갑게 식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그들의 성공을 경이롭게 동경했지만, 점차 그들이 서 있는 아득한 정상과 제가 서 있는 평범한 현실을 잣대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거리는 너무도 멀었고, 저는 도저히 그들이 걸어간 가시밭길을 똑같이 걸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책 속의 성공한 이들 대부분은 찢어지게 가난했거나, 감당 못 할 빚을 졌거나, 바닥까지 추락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생존을 건 '독기'와 '간절함'으로 그 모든 것을 극복해 냈습니다. 반면, 저는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대한민국 경찰 공무원이었습니다. 아주 유복하진 않았지만 생계를 위협받을 만큼 가난하지도 않았고, 그렇기에 벼랑 끝에 선 자들의 불굴의 의지나 절박함도 제격엔 없었습니다. 그들처럼 밤잠을 줄여가며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할 자신? 솔직히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어느 순간부터 저는 그들과 제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은 잃을 게 없었으니까 저렇게 했지, 난 지켜야 할 가정이 있고 출근해야 할 직장이 있잖아." 되지 않는 이유를 수집하며 제 무기력을 합리화하기 바빴습니다.


저만 이렇게 나약했던 걸까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나약함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방향성'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계발서를 펼치며 '내 삶을 이끌어줄 나침반'을 기대하지만, 결국 좁혀지지 않는 현실의 벽 앞에서 낙담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운, 시대적 배경, 수많은 실패의 과정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을 교묘히 지워버린 채 "나처럼 독하게 마음먹으면 다 할 수 있다"는 결과론적 메시지만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은 저자의 화려한 결과물과 자신의 팍팍한 현재를 비교하며 짙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낍니다. 사람마다 출발선도, 체력도, 타고난 기질도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획일화된 성공 공식을 들이밀며 "네가 간절하지 않아서 그래",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라고 말하는 것은, 때론 위로가 아니라 폭력적인 채찍질에 가깝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의 벅찬 흥분이, 책을 덮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거대한 무력감과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의 간극'으로 변해버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 지독한 낙담 끝에, 저는 마음의 방향을 완전히 비틀었습니다. '나와 그들은 출발선도, 짊어진 짐의 무게도 다르다.' 이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비로소 제 진짜 현위치가 보였습니다. 억지로 그들의 삶을 복사하려 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그들의 이야기 중 지금 당장 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작은 무기 하나만 취사선택하기로 했습니다. 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제 기준으로 분리하자, 그제야 자기계발서가 저를 짓누르는 '성공 압박서'가 아닌,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친절한 지침서'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진짜 움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완벽하게 직조된 성공 공식이 아니라 숱한 시행착오 속에서 길어 올린 '진실된 경험의 나눔'일지 모릅니다. 타인의 거창한 공식에 나를 억지로 맞추며 좌절하기보다, 치열하게 부딪혀 온 나만의 고유한 경험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자기계발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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