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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Dec 09. 2020

나의 삶을 훔쳐간 사람들

7장

예전에 타 지역의 지능범죄수사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사기로 신고가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경찰관이었고 누군가에게 사기를 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당황했다. 당시 내가 스미싱 문자를 받고 나도 모르게 문자를 누른 적이 있는데 내 정보가 탈취되었고 내 전화번호로 다른 이들에게 스미싱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그러자 스미싱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내 번호를 사기꾼 번호로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에서는 수사를 위해 나에게 전화를 했고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후에도 다른 경찰서에서 전화를 몇 번 더 받았다. 

명의도용 피해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는 2차 피해를 입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검찰 또는 경찰의 전화를 받을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전화를 받게 되면 당황하면서 불안해한다. 결국 명의도 도용당하고 정신적인 피해까지 입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수사기관의 전화를 받게 되는 경우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내 개인정보를 이용해 휴대전화에 가입하거나 통장을 개설하는 경우다. 그렇게 개설된 휴대전화와 통장은 인터넷 사기나 보이스피싱에 이용되게 되고 신고가 들어가게 되면 그들은 돈을 가지고 잠적하고 결국 수사는 내가 받게 되는 것이다. 

또 일전에 다른 곳에서 입수한 주민등록 번호를 가지고 파일 공유 사이트에 가입해서 불법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한 사람들로부터 받은 캐시를 현금화한 사건이 있었다. 그때도 수사기관의 수사는 명의가 도용당한 피해자들이 받게 되었고 결국 그들은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님을 입증하는 귀찮음까지 감수해야 했다. 


OCN에서 일전에 '터널'이라는 드라마를 한 적이 있다. 그 안에서 타인의 삶을 훔쳐서 산 여자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왔는데 그로 인해 자살을 하는 피해자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그 여자는 레스토랑 종업원이었고 레스토랑을 방문한 커플들에게 질투를 느꼈다. 그때부터 범행을 결심했고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손님들에게 이벤트를 한다며 개인정보를 적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얻은 다른 이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카드를 개설하고 그 사람 행세를 하며 남자를 만나기도 했다. 그 후 카드값이 연체되면 피해자들에게 명세서가 날아오거나 파혼을 당한 남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찾아오기도 했다. 영문을 모른 피해자들은 고통에 시달렸고 결국 자살을 하는 피해자도 생겨났다. 결국 그 여자의 범죄행각은 끝이 났지만 개인정보를 제공했던 피해자들은 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짊어져야 했다. 


마지막 사례는 일명 '화차'사건이라고 불린 사건이다. '화차'라는 영화도 마찬가지로 타인의 삶을 산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에 인터넷에 채팅 사이트가 있었듯, 요즘은 채팅 어플들이 많다. 채팅 어플에서 수많은 남녀가 얼굴은 모르지만 호감을 나누고 있고 만나기도 한다. 당연히 모르는 사람들 간 소통을 하기 때문에 많은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한 여성과 남성이 채팅어플을 통해 소통을 했고 점점 호감이 생겨났다. 몇 번의 소통 후 남성은 여성과 만나고 싶다고 하며 전화번호와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남성에게 호감이 생긴 여성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집 주소를 알려줬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그 남성은 같은 채팅 사이트에 그 여성의 행세를 하며 전화번호, 주소와 함께 게시물을 올렸다. 그 내용은 "당신과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수많은 남성들이 그 여성에게 전화를 걸고, 집으로 찾아갔다. 이에 시달린 여성은 휴대전화 번호도 바꾸고 결국 이사까지 가게 되었다. 그 와중에 입은 정신적 고통은 말로 헤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해킹으로 인한 명의도용 피해사례도 있지만, 개인이 정보를 직접 제공하여 피해를 입는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내 정보를 제공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지고 꼭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제공하지 않는 습관을 가져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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