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 vs 새로운 것

by 오박사

볼일이 있어 반차를 쓴 어느 평일 11시 아침을 먹지 않았던 터라 배가 고팠다. 뭘 먹을까 고민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햄버거 가게를 발견했다. 평소 햄버거를 좋아했기에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갑자기 한 국수집 앞에 세워진 메뉴판 배너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중 특히 "매콤 고기국수"라는 메뉴가 햄버거로 향하던 내 마음을 흔들었다. 얼큰해 보이는 빨간 육수에 고기가 얹혀 있는 모습에 군침이 돌았다. 둘 중 어느 것을 먹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국숫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새로운 메뉴를 한 번 먹어보고 싶은 도전정신도 메뉴를 결정하는데 한몫 거들었다. 국수가 나왔고 일단 메뉴판에 보이던 것처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얼른 수저를 들고 국물부터 한 숟갈 들이켰다. '이런 젠장 국물이 밋밋했다. 맵기는 했지만 육수 맛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았다.' 고기랑 먹으면 맛있겠지 싶어 국수와 고기를 같이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갔다. '망했다. 고기가 비렸다' 낸 돈이 아까워 일단 먹기는 했지만 국수를 먹는 내내 햄버거가 생각났다.


나는 위와 같은 경우를 경험해본 적이 꽤 있다. 여행을 가서 새로운 메뉴를 먹어봐야 한다며 도전정신을 발휘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딱히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일단은 먹어봤기 때문에 먹어보지 않은 것보단 미련이 덜 남아서다. 또, 앞으로 그것을 먹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손해 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먹는 것일 뿐인 것 같지만 이 또한 사람의 성향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해오던 것이나 먹어오던 것을 먹는 경향이 있다. 즉 안전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전성을 추구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맛볼 기회를 놓치고 만다. 나는 늘 새로운 것을 맛보거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먹어볼걸이라고 아쉬워하는 것보단 먹어보고 괜찮으면 잘 선택한 것이고 괜찮지 않아도 일단은 먹어봤으니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법의 순간이란 책에서 인생은 요리와 같다고 했다. 좋아하는 게 뭔지 알려면 일단 모두 맛부터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실패할지도 모를 것을 알지만 또 새로운 것을 맛보고 도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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