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자

by 오박사

파출소에 근무할 때였다. 야간근무로 잠을 자지 못하고 밤새 술에 취한 사람한테 시달리는 일이 너무나 힘들었다. 하루는 절도 사건이 발생해서 감식이 필요해 형사들이 나와주길 요청했다. 현장에 나온 형사들의 표정은 딱 봐도 귀찮아하는 기색이었고 말투 또한 곱지 않았다. 그런 형사들의 모습에 우리도 짜증이 치밀어올라 속으로 욕지거리를 해댔다. 형사들이 간 후 여지없이 우린 그들을 뒷담 화했다. 맨날 노는 것처럼 보이는 형사들이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우리에겐 어이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1년쯤 뒤 내가 형사가 되었다. 막상 형사가 되니 자유도 없고 할 일도 생각보다 많았다.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 하고 당직을 하고 퇴근해도 다시 불려 나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렇게 형사에 대해 욕을 해댔는데 막상 형사가 되고 보니 그동안 욕했던 것들이 너무 미안했다.


그 후로도 여러 부서를 돌아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힘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렇다. 아마도 우린 자신이 하는 일이 가장 힘들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나도 그랬고 내 주위 사람들도 그랬다. 여러 부서를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겪어보지 않은 일과 사람에 대해서는 함부로 재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자리는 없는 것 같다. 어디든 나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인 것 같다. 그 후론 내가 겪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 한다. 또, 그들이 힘들다 말하면 이해하려 한다. 힘드니까 힘들다고 하는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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