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을 자랑하고 싶었던 아이

by 오박사

졸업을 앞둔 중3 딸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본인의 성적을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아빠! 나 성적 나왔는데 전교 몇 등이게?”, 난 전교생이 몇 명 인지 되물었다. 138명 정도 된다고 했다. 열심히 공부하던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혹시 10등?”이라고 말했다. 딸아이는 놀라면서 “그 정돈 아니고 21등이야”라고 말했다. 본인은 그 등수도 잘 한 거라 여겨 자랑하고 싶어 전화 한 것이다. 순간 난 딸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지 잘했다는 말보단 다시 돼 물었다. “그 정도면 잘 한 거야?” 딸아이가 답했다. “응 상위 20% 정도 든 거라서 잘 한 거야.” 나는 살짝 실망감이 드는 내 모습에 놀랐다. 하지만, 딸아이에게 “잘했어. 그리고 고생했어. 네가 노력해서 그렇게 된 거잖아”라고 말했다. 딸아이도 중 2때의 자신이었으면 달성할 수 없는 등수였을 거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했다. 나는 왜 처음부터 딸아이에게 잘했다, 고생했다,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지 못했을까? 평소 공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해왔으면서 정작 순위를 듣자 선뜻 축하의 말을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다시 딸아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아빤 너처럼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너 정도 하면 더 잘 나오는 줄 알았어. 그래도 스스로 노력해서 많이 올린 거 자랑스럽다. 고생 많았고 스스로 만족했으면 됐어”라고 말이다.


숫자로 규정되어 지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면서도 그런 모습을 보인 것에 반성한다. 내 기준을 벗어던지고 상대의 감정을 함께 느끼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맘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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