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사춘기

by 오박사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0~40대 관람 열풍에 영화순위 1위를 달성했다고 한다. 나는 슬램덩크를 중학교 때 만화책으로 접했다. 당시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만화였다. 주인공들이 우리와 같은 청소년이고 각자 사연이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반항과 폭력을 일삼다가 농구라는 스포츠로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하나가 되어 짜릿한 승리를 하는 장면들이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 짜릿함에 몇 번을 보아도 같은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번에 극장판이 개봉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웠다. 요 근래 영화를 잘 보진 못했지만 이것만은 극장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 분명 내가 울 것을 예상했고 역시 울고 말았다. 아는 장면인데도 영화로 보니 더 짜릿했다. 책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디테일까지 더해지니 울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내가 운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두려움도 늘어갔다. 직장에서 위치, 미래, 현재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두려움, 올해 닥칠 몇 가지 일들 때문에 불안한 상태였고 어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처음 영화를 보면서도 그 불안함은 내 가슴을 옥죄었고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주인공 중 한 명인 송태섭의 시점으로 재구성되었다. 기존의 만화 내용에 주인공의 심리적 묘사가 덧붙여져 있었다. 그런데 대사 중에 그런 말들이 나온다. "두렵다", 모든 주인공들이 터무니없이 강한 상대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그 두려움을 삶의 의미로 이겨낸다. 그들의 삶의 의미는 농구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농구를 통해 버텨왔고 강한 상대를 이겨오며 자신들이 믿는 신념을 실천해 왔다. 강백호의 마지막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영감님은 언제가 영광의 시절이었습니까? 나는 지금입니다." 오늘 이 영화를 보며 흘린 눈물은 내가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인간은 누구나 두렵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과 삶의 의미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용기를 얻었다. 완전히 후련해진 것은 아니지만 두려움은 조금 가셨다. 내일이 무서웠지만, 조금은 내일이 설레기 시작한다. 당장 닥친 일부터 부딪쳐 하나씩 해결해 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슬램덩크는 그냥 만화가 아니다. 인생 이야기다. 사춘기는 지났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진행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슬램덩크를 통해 그 사춘기를 잘 견뎌보려 한다. 참 고마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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