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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Oct 21. 2024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듣다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이십 대 무렵 나보다 삶을 더 산 선배들은 이 노래 한 곡에 모든 인생이 담겼다며 불후의 명곡이란 찬사를 보내고는 감탄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노래가 좋았을 뿐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가사가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아직 이십 대였다.   

나이 때문이었을까. 진정 서른을 넘기고 나서야 서른 즈음에 노래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이십 대에 맺은 인연들 중 또래의 결혼 소식이 들렸고 취직 소식이 들렸으며 어른으로 모시던 분들은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는 부고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십 대에 여기저기서 이뤄놓은 만남이 서른 즈음이 되자 모래처럼 재빨리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잦은 이별이 많아지는 나이.
한 장의 달력을 넘기고, 일초가 흐르는 모든 순간이 찰나였다.

애써 이별을 거부하려 했지만 끝내 인정하기로 했다. 아침이 찾아오면 우리는 어젯밤과 이별해야 하고, 또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한다. 붙잡아 두려고 해도 우리에겐 이별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없어서다.

꽃이며, 바람이며, 사랑하는 사람이며, 친구들이며 사라지는 꿈같은 것들을 함부로 붙잡아 둘 수 없다.

붙잡아 둘 수 없기에 매 순간 주어지는 하루. 나에게 주어지는 일에 감사한 태도를 가질 뿐이다. 자신의 오늘을 사랑하고 이별할 때 미련 없이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모든 이별은 아플 것이다. 그러나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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