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서른부근의 어느 멋진날들

by 이용현

직장생활을 하고 틈틈히 휴가를 내서 떠난 여행. 15개국.

매번 여행이 끝나갈 무렵이면 기념품을 사고 면세점에 들러 양주를 샀다.


현지에서는 예쁜 엽서를 주로 샀고 펜을 사기도 했으며 노트를 사기도 했다. 그리고 여행 잘 다녀와, 라고 말한 사람들이 눈에 밟혀 없는 돈을 탈탈 털어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샀다.

사람들이 내 기념품을 받고 기뻐할 모습, 돌아가서 엽서를 쓰고 있을 내 모습, 누군가와 함께 양주를 마시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타국에서 그리던 상상은 비현실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엽서는 미루고 미루다가 그 누구에게도 글씨 하나 새기지 못했고 낭만적으로 먹겠다며 했던 고급양주는 진열장에 갇혀서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직원동료들에게 나눠준 기념품은 전혀 기념이 되지 않는 소모품으로 여겨져 서랍 구석이나 책상 모서리 어디쯤에서 먼지만 가득 먹고 있었다,

그 행동을 여러번 반복하고나니 여행지에서 물건을 사는 일에 신중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 느낄 때 남은 것이 있었는데 일기장에 옮겨 놓은 감정의 기록들과 포스팅, 사진이었다.

사진은 그 누구에게도 홀대받지도 않았고 먼지도 쌓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여행지에 남긴 기록들은 그 날의 감정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 새롭게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사진은 하나의 이미지로 잊혀져 갈 때쯤이면 다시 그 순간들을 바라보게 했고 글은 말의 기록으로 남아서 내가 어떤 날을 보냈는지 차근차근 과거를 읽게 했다.


타인의 여행기를 읽는 것보다 내가 기록한 사진과 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웠고 행복했다.


사진과 글은 자기만의 스토리로,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탁월하다.

무엇보다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닌,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점에서 사진을 찍고 글을 남기는 행위는 그 어떤 일보다 나에게는 가치 있는 일이다.

기록으로 내가 보낸 어제를 기억한다.

잊혀져가는 내 생의 푸른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나라는 사람을 조금 특별하게 기념하려고.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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