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나 당신을 부러워할 것이다

어린 왕자를 통해 느낀 사랑에 관하여.

by 이용현

프랑스 작가이자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는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뉴욕에서 '어린 왕자'를 집필한다.

그는 롱아일랜드의 한 저택에 머물며, 밤늦게까지 진토닉과 담배에 의지해 글을 써 내려갔다고 전해진다.


'어린 왕자'는 자신이 살던 작은 행성에서 단 하나뿐인 장미를 만나고, 갈등을 겪은 뒤 여러 행성들 여행하며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하는 동안여우를 만나 결국 자신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끝난다.


여정 속에서 어린 왕자는 주정뱅이, 허영심 많은 사람, 사업가, 지리학자 같은 어른들을 만난다.


그들은 모두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진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그들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어,

읽는 내내 나의 얼굴을 붉히게도 했다.


이 작품은 순수한 동화라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조용한 철학서에 가깝다.


"진짜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랑은 시간을 들여 길들여야만 완성된다."



여우의 이 가르침은,

숫자와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여전히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인간으로서 사랑을 하는 우리의 서툰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어 보여준다.


어린 왕자는 장미를 사랑했지만,

장미가 자신의 마음을 완벽히 알아주기를 기대하고,

투정하는 장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어쩌면 그는,

사랑은 이래야 한다는

스스로 만들어낸 규정 안에 장미를 가두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장미 역시,

충분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기보다는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오히려 사랑받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 모습은,

서툴고 이기적이지만,

어쩌면 너무나도 인간적인,

우리 자신의 사랑하는 방식과 닮아 있었다.


만일 장미가 어린 왕자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늘 감사함을 품고 받아들였다면, 또 어린 왕자가 장미에게 내어준 시간과 마음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면,

둘은 어떤 작별도 없이 함께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린 왕자'는 동화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읽는 내내 나의 사랑을, 나의 관계를, 서툴기만 한 마음을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다.


사랑은 여전히 어렵다.

사랑을 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을 온전히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아낌없이 내어주되,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일, 그 일이 어렵다.


기어코 수천 송이의 장미를 지나

사랑의 본질을 깨닫고 다시 돌아가는 어린 왕자처럼,

우리도 수천 번의 후회와 깨달음을 지나야 만, 비로소 사랑으로 빛나는 행성에 당도할 수 있는 것일까?


만일 일찍 깨달을 수 있었다면.

그래서 지금, 사랑을 완성해가고 있는 당신이라면, 나는 아마, 꽤나 당신을 부러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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