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시집을 읽고서
우리는 살면서 인간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상처받고 무너지고 의심하고 비난하며 질투한다.
아, 한 영혼. 마치 영원을 누리고 절대적인 존재인 것처럼 살고 있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극복하고 구원 혹은 탈출할 수 있는 지혜는 없는 것인가.
그럴 때 류시화의 번역 시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을 꺼내 읽으면 된다.
이 시집을 꺼내 읽으면 일말의 빛. 세속에 찌든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제목만 읽으면 마치 단순한 사랑에 대한 시 같지만 오히려 영혼과 삶, 사랑과 상처. 존재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집이다.
2005년 1쇄를 발행하여 2025년 지금까지 20년간 사랑을 받고 있는 시집이며 이 시집은 류시화가 전 세계 시인들의 명상적이고 영적인 시들을 모아 번역한 것으로 '수피즘'(이슬람의 신비주의) 영향을 받은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수피즘은 이슬람교 내에서 일어난 영적, 신비주의 운동인데 인간이 절대적인 신에게 가까워지는 길은 내면의 정화, 자기 초월, 사랑과 명상, 자아의 죽음을 거쳐 신성으로 거듭하는 길이라 보았다.
ㅁ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 신 앞에서 자신을 숨기지 말고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라는 뜻.
ㅁ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사랑에서 오는 상처조차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사랑을 계속하라는 초월적 의미.
ㅁ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 삶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삼고 열정적으로 살아하는 수행의 메시지.
ㅁ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 영혼의 관점에서 이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
이렇게 수피즘이 전하는 사랑은 자기 자신의 내면을 투명하게 성찰하며 사랑할 때 신에 가까운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아의 죽음이 곧 신에 이르는 길이고, 자기 비움이야 말로 살면서 우리가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집은 상처받은 현대인들에게 영혼의 치유서이며, 명상집에 가깝다.
짧지만 깊은 문장. 여운처럼 남는 시. 만약 이 시집에서 한 줄의 문장이라도 밑줄을 긋고 외우고 다닐 수 있다면 우리는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의 가슴에 외우고 있는 한 줄의 시는 무엇인가.
만약 한 편의 시라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오늘부터 한 줄의 문장이라도 외워보기를 추천한다.
한 편의 좋은 시는 당신이 길을 잃고 휘청일 때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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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1쇄가 발행될 무렵 이 시집을 처음 읽었다. 스무 살에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지금 이 세상이 돌아가는 것과 너무나 이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므로. 팍팍한 내 삶과는 달리 너무도 여유 있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문장들이 그때는 잘 읽히지 않았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이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달라붙는 것은 내가 어느 정도 자아를 바라볼 수 있다는 성인이 되었다는 것일까. 내가 나를 그만큼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는 반증일까.
류시화 시인의 말처럼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니, 내 뜻과 달리 어긋난 무늬도 그저 나의 것. 찬란하고 아름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