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그 부근의 어느 멋진 날들
직장인이 되기까지 독립을 한 번도 꿈꾸지 못했다.
남들처럼 보란듯이 직장인이 되어 월급 생활을 하고 나만의 방을 얻어 독립 만세를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사회에 갓 나온 이십 대인 나로서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
나만의 방은 있었지만 완벽한 방이 아니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자유롭게 드나들었고 집을 며칠 동안 비우곤 하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물건이 치워지고 없어지곤 했다.
그것은 완벽한 나만의 방이 아니었다.
옷 정리를 할 때도 직접 손을 대지 않으면 다음 계절에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손을 타고 세탁소에 가 있거나 작아서 못 입는 줄 알았다며 일찌감치 버린 후였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 스스로 혼자서 독립된 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나만의 방이라고 할 수 없었다.
대학교 시절 싸이월드가 유행했다.
사진을 찍어 차곡차곡 폴더 별로 정리해놓고 일기장부터 게시판까지 내 마음대로 관리했다.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야만 자유롭게 모든 걸 만질 수 있었던 미니홈피는 유일한 내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작은 방이었다. 비공개로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잠가 놓고 생각이 날 때마다 열어보았다.
그 일은 생각보다 짜릿했고 내 감정이 어떤 누구의 방해받지 않고 온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쾌감을 느꼈다.
미니홈피를 드나들며 보냈던 시간은 타인으로부터, 가족들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완벽한 독립이었다.
이십 대 후반에 취직을 하고 서른 즈음에 파견을 받아 대구에 작은 방을 얻었다. 내가 벌어서 내 돈으로 얻은 유일한 나만의 방이었다.
독립만세를 외쳤다. 비록 짧은 파견생활일지라도 그 누구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방을 얻어보았다는 것. 생각보다 혼자의 생활이 좋았다.
한 계절이 지나도 옷이 없어지지 않았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안의 여러 잡동사니들은 그대로였다.
내가 손을 대야만 움직임이 있었다. 서른에 들어서 나만의 자유의지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혼자 있는 생활을 하다보면 쓸쓸함을 알게 되고 외로움을 타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에 눈을 떴을 땐 사람에 대한 허기도 느끼게 된다.
비록 혼자 남겨진 나만의 방은 조촐하기도 하고 초라해서 생각보다 볼품은 없지만
방해받지 않는 혼자의 시간에서 오는 멋이 있다.
어차피 평생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살면서 한 번쯤 혼자 남겨진 시간을 살아봐야 한다.
서른 그 부근은 그래서 좋다.
나만의 방을 얻을 수 있어서. 의지만 있다면 무슨 수로든 독립만세를 외칠 수 있어서.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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