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도 아이가 자란다

서른 그 어느 부근의 멋진 날들

by 이용현


달이, 달이 뜬 것을 보았다.

오랜만의 일이었다.

귀뚜라미가 울었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흡족한 얼굴로 나는 한참 동안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달이, 달이 떴어. 감탄스러운 일이었다. 이제는 달이 뜬 사실 하나만 보고도 감탄을 하는 내가 있었다.


서른 이후에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타인이 주는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친구들은 하나 둘 씩 떠나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

그리고 감탄을 하는 일로부터 멀어져 공무원처럼 딱딱한 미소가 늘었다는 것.


그런 와중에 문득 하늘을 올려보다 뜬 달에 헤- 하고 웃어버린 것이다.


나이를 먹게 되면 점점 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점점 더 여린 어른으로 변화되어가는 지도 모른다.


누군가 해준 작은 배려에 감동받고, 애써 마음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으며 나를 기억해주는 마음으로 언제나 좋은 사람으로 남길 바라는 것은 아직도 서른 그 부근의 나이에는 작고 어린아이가 자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슬픈 노래를 듣고 우는 것은 청승이라며 누군가가 상처를 주면 태연한 척 쿨한 척 씹어 삼키라며 어른이 되면 어른은 마땅히 이래야 된다고 요구하는 사회적인 역할 때문에 마음속에 살고 있는 나만의 어린아이를 가둬 버린 것이다.


달이 뜬 사실로만 기뻐할 수 있는 삶이라면 철없는 어른이라도 얼마든지 존경받을 수 있지 않을까.

가을 바람이 오고 있는 걸까.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뜨거운 여름도 곧 그리워질 텐데 왜 모든 것은 이렇게 빠르게 다 사라지나. 내일도 남은 생도 감탄으로만 살고 싶어.


더더욱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좋게만 느껴지는 밤.

어른이 되어도 내 마음속엔 해맑은 아이가 산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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