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참았어

서른 어느 부근의 멋진 날들

by 이용현


하나,두울 셋, 하고 숨을 참듯이 외로움을 참았어.

내 입에서 너무 많은 외로움이 새어나오면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외로워질 것 같아서 외로움을 참았어.


야근을 마치고 난 불금의 금요일. 혼자서 영화를 보러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불금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많은 커플들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문득 내 몸에서는 외로움의 냄새가 심했고, 나의 외로움이 누군가의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것을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20대는 외로움을 밖으로 꺼내놓고 살았다면 30대에 접어든 이제는 외로움을 감출 줄 안다. 그리하여 외롭지 않느냐고 누군가가 물으면 혼자인 게 편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허물없는 친구에게는 미칠듯이 외롭다고도 한다.


파리의 여행도 그랬다.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에 꽂혀 12월 추운 겨울 나는 무작정 파리로 떠났다. 매정하도록 찬 바람과, 보슬보슬 내리는 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샹송. 전 세게에서 몰려든 아름다운 여인들 사이에 나는 홀로 있었다.


에펠탑 아래서 키스 하는 커플들 사이에서 나는 허한공백을 느꼈다. 파리는 절대 혼자서 와야 할 곳이 아니었다.

파리는 절망에 휩싸여버린 사람이나 고백을 두고 있는 커플들이 와야 마땅한 곳이었다.


반짝이는 야경속에서 행복하다고 몇 번이나 연거푸 말하면서도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지나가는 한국인이 나에게 이야기 했다.

외롭게 왜 혼자 왔냐고. 나는 그에게 이야기 했다. 혼자여도 행복하다고.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 외로움을 말하기엔 겁이 났던 것이다.


나 혼자의 외로움이 행여나 행복해하는 누군가에게 연민이 되고 쓸쓸함이 된다면 그것 또한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까.


파리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비행기 안에서 나는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참고 있던 외로움을 하늘 위에 모두 뱉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아름다운 풍경 속에 홀로 있었다는 사실에 미친듯이 가슴 벅차기도 했으나 사실은 많은 외로움을 참느라 힘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이제는 아무대나 외로움을 함부로 뱉지 않는다. 외로움을 함부로 흘리지 않는다.

서른을 지나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돌보는 어른이 되었으니까.

나는 나를 토닥여준다. 더 큰 외로움에 무너지지 않도록.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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