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직하게 살고 있었으므로

내생의 모든 이별에 관하여

by 이용현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

상처없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시간을 산다는 건 그런게 아니었다.


무수한 흔적과 기억을 남기면서

그림자도 내 잘못을 아는 일.

정직하게 나를 뒤돌아보게 하고

어둔 밤을 지나 어떻게든 눈을 뜨게 하는 일이었다.


시간을 정직하게 살고 있었으므로.

그러지 말아야 할 말들을 했고

해서는 안되는 실수를 저질렀고

뼈가 아프도록 후회를 했다.


이불에 지도를 그린 것도 아닌데

스스로 뉘우치는 자세로

이 다음엔 절대, 절대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남은 일 앞에서 반성하면서 눈을 뜨면

금세 12월이 지났고 하루가 한달이 되었으며

이전보다는 더 괜찮은 모습으로 지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시간을 산다는 건

어제의 나를 다른 모습으로 되살려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일이기도 했던 것이다.


끝내는 이불킥을 하고 싶을 만큼이나 미련스럽고 후회되는 어제의 내모습을 미워하고 이별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용서를 구하고 어떻게든 살아있는 나를 사랑하면서.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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