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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Sep 17. 2016

사진이 아니라 시간을 주고 갔다.

나는 이별을 마치기로 했다.

책상 정리를 하다가 불쑥 나온 사진 한 장.

당신들이 기억났다.

당신들은 살아 있었고

나는 살아서 당신들을 만났다.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우린 어렸으며

반명함으로 찍은 당신들의 표정은 순수히 예뻤다.


어떤이와는 웃으며 만나서 그대로 돌아갔지만

진하게 만나서 희미하게 헤어진 이도 있었다.


손가락으로 당신들을 짚었다.

결국 나에게 주고 간 것은

사진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시간을 품고 있던 서랍은

얼마나 입이 간지로웠을까.


정리를 한다는 일은

지나온 내 시간을 다시 만져보는 것이었다

오래된 사진을 끝내 버리지 못했다.

멀어지고 미운 사람도 남겨놓아야 했다.

그들은 온전히 나와 살다간 시간이었으므로.


훗날 사진을 선물받거나

우리 사진 찍자라는 말은

시간을 나눠갖자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어쩌해야 하나.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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