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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Feb 04. 2017

변함없이 따뜻했던 너의 시절에

내생의 모든 이별에 관하여

내가 좋아하는 가수 이소라의 노래에는 절정이 없다.  절정이 없어서 피지 못하는 꽃처럼 슬프고 애절하다.

사연들이 그토록 구구절절하다.


막을 내리지 않고 끝나는 이별은 또 얼마나 아픈가.

웃음도 많고 울음도 많았을 우리들의 만남 가운데 과감히 터져나오지 못하는 고백 같은 것이 있었다.


어설프게 막을 내린, 어린 이별.

대부분의 과정이 그러했다.

수줍게 시작한 사랑이 어리석고 어설프게 막을 내릴 때면 집으로 돌아와 누운 저녁에는 이소라의 난 행복해를 들었다.


목과 눈 위로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고 또 참듯, 크게 내지르지 못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다시 또 울음.

조용히 나지막히 내뱉는 절절한 소리들은 가슴을 흔들었다.


절정이 없다고 느꼈던 그녀의 노래처럼 나는 그녀 노래 속에서,  내 사랑속에서 절정을 찾지 못했다. 아니 만들지 못했다.

부디 절정을 찾아야 한다면 도입부.

노래가 재생되자마자 아, 하고 주저앉게 만드는 첫소절.

어쩌면 내 사랑의 절정도 그 도입부. 모든 걸 빼앗기게 만든 그 첫만남이 아니었을까.


포근한 이불 속에  파고 들고는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생각한다.


나는 단 한 번이라도 크게 내뱉지 못했다.

내 이별의 끝에서 늘, 너를, 너를 사랑했다고.

바보같은 결정만 있었고 아픔을 승화시킬 그런 절정이 없었다.

...

변함없이 따뜻했던 너의 시절에.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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