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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Oct 25. 2017

한 여자의 울음이 남긴 일

사람과 사랑에 약한 순간들

한 여자가 내 좌석 끝에서 오래도록 울고 있다.

영화에 집중하던 나는 그녀의 울음 소리에 빠져 영화보다 그녀의 삶을 궁금해한다.


한 동자승과 늙은 스승의 만남.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헤어짐이 온 순간

함께 해줘 고맙다는 말을 건넨 그 타이밍에 여자는 계속 해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캄캄한 소극장안에 그녀의 울음 소리는 유독 달처럼 빛나는 것만 같았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그녀는 저토록 울리 없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애절한 이별이 있었거나 그녀 곁에 가까이서 사랑을 준 이가 있어 그녀는 지금 저토록 울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타인의 이별일지라도 그 앞에 울 수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자신의 만남과 이별도 소중하게 아끼는 사람.


영화를 마치고 눈물을 닦으며 귀가하는 그녀의 뒤를 따르다 뒤늦게 나는 울컥울컥댄다.


그녀는 눈물을 다 그치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슬퍼서, 라고 이야기 하는데

나는 당신의 울음이 더 슬퍼서, 라고 이야기 할 곳이 없었다.


우리들은 지금 이 시간을 뒤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나도 내 옆의 당신들은 또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나도 우리,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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