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사람에게 약해지는 순간들
오래전 알고 있었으나
잊고 있던 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지?라는 안부.
아직 나를 잊고 있지 않다는 말이었다.
며칠 전 장례식장을 다녀와 사람이 떠나가는 허무를 경험했다. 나는 잊지 않고 그를 찾아갔으나 그에게 나는 잊혀진 사람이었다.
그는 더이상 나에게 잘 지내지, 라고 안부를 물어올 일이 없었다. 지금도 나는 그의 연락을 받지 못한다.
잠시라도 머물다 사라진 사람.
영원이라 믿었던 것이 더이상 영원하지 않다는 그 허무.
문득, 나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게 두려웠다.
그리고 멀쩡히 숨 쉬며 아무렇지 않게 살아지는 일은 더 고통스러웠다. 사실 잘 지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럼, 잘 지내지, 라고 대답했다.
잘 지내지라는, 타인의 안부가 눈물겹게 반가웠다.
나는 아직 누군가의 기억속에 살아있다는 위안.
잊혀지지 않은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안부.
나는 나는 살아있음.
그것만으로도 꽤 잘 지낼만한 일이었다.
연락해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