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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Apr 04. 2021

세상의 모든 생일을 축하합니다.

저는 4월에 태어났습니다. 따뜻하고도 찬란한 봄. 제가 태어나 울기 전에도 세상은 이렇게 먼저 피고 지는 꽃들과 사람들이 무성했겠지요.


제가 태어났던 오늘,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알리는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한 사람이 축하받고 있던 날, 다른 한 사람은 오늘 피고 진 꽃처럼 세상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간 살면서 나는 반드시 꽃이 되기 위해 발악을 하고 애써 욕심도 부렸는데 어쩌면 태어난 것만으로도 열매를 다 맺은 것은 아닌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저마다의 꽃이고 자기의 수명을 지니고 태어난 자연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나는 태어나 살아가고 누군가는 생명을 다해 죽고 떠나고.


조금만 버텨주길, 했던 꽃은 다 떨어지고 이제 없습니다.

완연한 봄의 시작이자 맺음인 것입니다.


아무리 매달려도 꽃잎은 끝끝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한철을 살다가듯이, 사람도 같은 날의 같은 봄 안에서 남아있는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영원히 떠난다는 진리가 봄 안에 있었습니다.


꽃도 피어나 울고, 저도 태어나 울었던 생일.

여기저기 태어나 자신의 계절을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

모두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매일 용기 잃지 않고, 버티고 살아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절은 부단히 여름처럼 뜨겁고 치열하겠지만 저마다 아름다운 날들을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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