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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Nov 03. 2021

힘들어 하는 당신이 있다면

깨끗한 도화지에 그림을 잘 못 그려도

지우개로 지우면 얼마든지 지울 수 있는 이유는

연필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용기도 가득했고 자신감이 넘쳐흘렀어.


그러다 어느 순간 나이를 먹는다는 건

손에 쥔 연필을 모두 부러트리고

볼펜을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리는 일과 같다는 생각을 했어.


연습은 없고 모든 게 실전이었지.

내가 그린 그림을 이제는 쉽게 지울 수 없기에

더욱 신중하고, 또 신중하다 겁만 먹고 물러나고

하나의 그림도 그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어.


얼마나 떨렸을까.

그 마음을 이해하는 친구와, 부모가

나를 응원해주기도 했어.


한 획도 긋지 못하고 오랜 고민 끝에 망설이다

그만 볼펜으로 그린 그림이 엇나갔을 때

그 그림을 누군가는 작품이라하고

예술로 알아봐주기도 했어.


중요한 건 연필에서 볼펜으로 도구가 바뀌어도

볼펜을 놓지 않고 있으면 어떤 식의 그림이라도 그리게 된다는 것이었지.


지금 당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다면

당신의 손에 쥔 볼펜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당신이 그리는 그림이 어떤 이에게는

예술이 된다는 걸 잊지 말아줬으면 해.


진짜 멋진 그림은 지우개로 지우지 못하듯이

당신이 지닌 용기를 누구도 지우진 못할 테니까.


글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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