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부근의 어느 멋진날
친구 결혼식에 입고 갈 와이셔츠가 필요했다.
옷장을 뒤져봤지만 정장을 잘 입지 않는 터라 와이셔츠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매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이셔츠 좀 보여주세요.
곤색 정장 안에 입을 거예요."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고 나오자 점원이 말을 이었다.
"여기 정장 상의도 같이 입어 보세요."
색의 조화가 잘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우연히 걸친 상의도 마음에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쇼핑팩을 풀어 놓자마자 엄마가 대뜸 이야기 했다.
"와이셔츠만 사온다면서 정장은 왜 사왔어? 예전에 산 거 한 벌 있잖아."
"나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가게에서 와이셔츠랑 같이 입어 봤거든? 근데 거울 속에 있는 남자가 멋있어서 샀어.
그냥 갈 수 없어서 다 샀어.
엄마, 나 지금 내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내 인생말이야. 고마워. 나 낳아줘서."
언젠가 완벽한 인생을 꿈꾼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완벽하게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완벽한 탄생은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겨울 속에서 탄생을 기다린 봄은 오고 말았고 여러 꽃들도 끝끝내 완벽한 탄생을 맞이 했다.
완벽한 모습으로 이 봄을 살아내지 못하고 머지않아 피고 질 꽃들이지만 탄생만큼은 완벽하다.
지금의 나도 그렇다. 나는 4월의 이 시간 완벽하게 태어났다.
글 사진 이용현
*언젠가 피고 질 불완전한 생명체, 그러나 살아있는 매순간은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