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데리고 방 안까지 왔다.

서른부근의 어느 멋진 날들

by 이용현

오랫동안 벚꽃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니 방 안 가득 벚꽃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하루종일 외롭게 있었던 방으로 꽃향기를 데리고 왔다.


생각해보면 내가 사는 방은 계절과 상관없이 안에서 갇힌 외롭고 적만한 섬이었다.

누구하나 쉽게 찾지 않았고 나조차도 머무르는 시간보다 떠나 사는 시간이 많았다.


가끔 방 안에서 눈을 털고 비에 젖은 옷을 던지면서 섬에게 계절을 알렸다.

그런 방에는 내가 봄을 만나고 온 탓인지 방에도 꽃향기로 가득한 봄이 온 것만 같았다.


거리마다 이야기들이 춤추고

바람이 흩날리고

젊은 친구의 노래가 흐르던 날들의 봄

벚꽃을 보며 이대로 사랑에 빠져도 좋을 것만 같았던 시간.

우리들은 이렇게 단 한 번의 봄을 지난다.


앞으로 오랫동안 잘 지냈으면, 하는 사람과 봄을 걷고 왔다.


그리하여 오늘 나는 봄을 데리고 방 안까지 왔다.


몇 년간 꽃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제대로 된 꽃구경을 한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많은 이들이 꽃구경 간다며 봄을 만나러 가듯 나를 만나러 간다며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듣는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도 없을 것 같다.



봄을 지나 여름을 넘어 가을을 나고 겨울을 견디며 사계절을 사는 동안 더 많은 것들과 사랑하고 싶다.

비록 철 없는 한 때 일지라도 향유할 수 있는 냄새를 남기고 후회없이 살다 떠났으면 좋겠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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