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이 깊어진 밤. 나는 자주 파리를 떠올려. 파리를 발견한 건 행운이었어. 만약 이곳이 숨겨진 도시였다면 대체 어쩔 뻔했을까. 악마였던 히틀러마저도 사랑했다는 도시. 이렇게 예쁜 곳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나는 자주 감탄했어.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배경 아래 내가 서 있다는 게 꿈 같기도 했고.
저녁이 되자 사람들은 에펠탑 아래로 모여들었고 연인들은 사랑에 취한 듯 따듯한 눈빛을 서로 나눠가졌어. 문득, 먼 훗날 사랑하는 당신이 아프게 되면 이곳에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아픈 당신의 손을 이끌고 이곳에 온다면 당신의 아픔들이 모조리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 평생에 잊지 못할 아름다운 장면 하나는 아픔 하나를 지울 수 있다고 상상했지.
지구 어느 한 곳, 어둠 속에서도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있는데 당신은 언제까지 아플 거냐고. 얼른 나아서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니 당신을 아플 수 없다. 얼른 당신의 아픔을 치유하자고. 황홀함을 안겨주는 아름다움이 세상에 이토록 많이 남아 있는 한 당신은 쉽게 아파서는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