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픔을 말할 수 있을 때쯤이면

by 이용현


우리가 아픔을 말할 수 있을 때쯤이면 그래도 이제는 제법 상처가 아물었다는 것입니다.


넘어진 순간은 당황한 나머지 그것이 상처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떨결에 발견한 흉터에 놀라서 그만 울고 말았듯이

깊이 다쳐 있을 때는 아픔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아픔을 어디 한 곳에 잘 두었다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꺼내 되뇔 때는

다행히도, 안전히도

우리는 그 상처에서 조금은 치유되고 해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 며칠은 나에게 아픔을 꺼내는 사람들이

고마웠고 대견했고 한편으론 미안했습니다.


스스로 만든 동굴을 벗어나 햇살도 들이고

넉넉하게 지내면서 아무는 시간을 보냈을 여린 마음에 박수보냅니다.


우리가 아픔을 말할 수 있을 때쯤이면

이제는 기쁨도 말할 수 있을 때가 된 것입니다.


기뻐할 일들로 아픔을 덮고 한 움큼 자라나서

멀리멀리 더 행복하십시오.


하나의 아픔을 말할 때 우리는 하나의 아픔을 덜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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